취임사는 임기 5년의 국정 과제를 담은 청사진이자 대국민 약속이다. 따라서 약속한 일은 반드시 해내야 하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국정 운영은 기업 경영이나 서울시정과는 큰 차이가 있다. 수많은 이해관계가 상충하기 때문에 의사결정이 결코 쉽지 않다.
이 대통령은 “정부부터 유능한 조직으로 바꾸겠다”며 “작은 정부, 큰 시장으로 효율성을 높이고 일 잘하는 정부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조직 개편과 조각을 보면 이 대통령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고 있다. 정부조직 개편은 여야 협상 과정에서 누더기가 되다시피 했다. 조각은 부실한 인사검증 시스템과 국민 정서를 배려하지 않은 인선으로 각료들에 대한 검증이 시작되기도 전에 사퇴하는 장관 후보자가 나왔다. 장관 후보들에 대한 국회 청문회가 제대로 될지조차 의문이다. 허술한 인선과 검증이 야당의 비판과 공세를 자초한 셈이다. 이러고서도 과연 일 잘하는 정부를 꾸려갈 수 있을지 국민은 안심이 안 된다.
이 대통령은 “도움이 절실한 사람은 국가가 보살펴야 한다”면서 “낙오자가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능동적 예방적 복지를 펴나가겠다”고 했다. 듣기 좋은 말이지만 어떤 재원으로 뒷감당을 하겠다는 것인지 궁금하다. 교육개혁을 하겠다지만 전교조를 설득하고 반대를 극복하는 일은 쉽지 않다. 세계의 인재를 불러들이겠다지만 조건을 갖춰 주지 않으면 들어올 리 없다. ‘노사가 한마음’이 된다는 것도 말은 쉽지만 지난한 일이다. 대통령이 직접 노조 설득에 나선다고 해도 노동계가 강성투쟁의 타성을 그냥 버리겠는가.
이렇게 어려운 과제들을 풀어 나가자면 전략은 치밀하고 일 처리는 프로다워야 한다. 운(運)이나 국민의 선의에 기대겠다는 생각은 아예 말아야 한다. 대통령은 국민의 동참을 촉구했다. 국민도 기꺼이 그 짐을 나눠져야 한다. 대통령이 아무리 의욕에 넘쳐도 혼자서는 선진 일류국가를 만들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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