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정원의 ‘개인정보 過多열람’ 권한남용 아닌가

  • 입력 2008년 2월 27일 22시 58분


국가정보원이 2003년 1월부터 2006년 8월까지 44개월 동안 7만4660건의 개인정보를 열람한 사실이 확인됐다. 같은 기간에 대검찰청, 국세청, 경찰청까지 포함하면 4개 권력기관이 열람한 개인정보는 무려 140만4007건이나 된다. 4개 권력기관이 전체 국민 35명 중 1명꼴로 개인정보를 들여다본 셈이다. 사생활 침해 우려가 나오는 건 당연하다.

특히 국정원의 경우 부동산 자료 열람이 집중된 2006년 7, 8월이 국정원의 ‘부패척결 TF팀’이 당시 유력 대선 주자였던 이명박 대통령 관련 부동산 자료를 열람한 시기와 겹쳐 정치적 목적의 뒷조사 의혹을 받고 있다. 국정원은 지난해 8월 본보가 이를 보도하자 “다른 시기에도 비슷한 정도의 개인정보를 열람했다”고 해명했지만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나 의혹이 사실일 가능성이 커졌다.

국정원은 신원 조회, 산업스파이, 대공(對共) 관련 업무를 위해 개인정보를 열람했다지만 믿기 어렵다. 국정원이 고유 업무 이외의 목적으로 국민 사생활을 침해하고 정치에 개입한 적이 한두 번인가. 지난 대선 때도 국정원은 BBK 주가 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경준 씨를 대선 정국에 활용하기 위해 기획 입국시킨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법무부가 최근 김 씨의 로스앤젤레스 연방교도소 접견기록을 입수해 분석하고 있다니 두고 볼 일이다. 김 씨는 귀국할 때까지 3년 반 동안 이 교도소에 수감돼 있었다. 정부는 국정원 관련 의혹들을 철저히 조사해 진상을 밝히고 위법 사실이 드러나면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아울러 국정원은 국외 정보와 대공 및 대(對)테러 첩보 수집이란 본연의 임무에만 전념해야 할 것이다.

권력기관의 개인정보 열람권 남용이 우려되는 터에 행정기관만 공유할 수 있는 개인정보의 공유 대상을 공공기관과 금융기관까지 확대하는 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인 사실에 주목한다. 법안 심의 과정에서 확실한 개인정보 보호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열람 목적을 기록으로 남기고 열람 대상자가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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