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소니 쇼크

  • 입력 2008년 2월 27일 22시 58분


지난 4년간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사업에서 삼성전자와 손을 잡았던 일본 소니가 차세대 LCD 패널 생산 파트너로 자국의 샤프를 선택했다. 60인치 LCD 시대를 열 차세대 프로젝트는 공장 건설 비용만 5조 원이다. 그동안 신규 공장 건설 때마다 삼성전자와 소니가 절반씩 부담해 왔지만 이번 결별로 삼성전자가 독자 공장을 지을 경우 2조5000억 원가량 추가 비용 부담이 불가피하다. 차세대 프로젝트 합작공장이 가동될 경우 소니로의 수출분만 연 2조 원이라는데 이것도 사라지게 된다. 협력업체까지 합쳐 일자리 5000개가 날아가 버린다는 계산도 있다.

결과적으로 삼성전자는 수출 감소와 부품업체 설비 발주 등 국내 총매출 손실이 7조 원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소니와 손을 잡은 이후 일본과 대만의 추격을 뿌리치고 LCD 세계 1위에 오른 삼성전자는 소니와 샤프의 합작을 계기로 3, 4위로 추락할 가능성마저 있다. 삼성전자 단독 차세대 LCD 패널 투자 결정은 내년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고, 이렇게 되면 실제 가동 시점은 2010년으로 일본에 1년 뒤지게 된다.

이번 결별에 대해 소니 측은 “구매처를 다양화해 물량을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표면적인 이유이고, 그동안 설(說)로만 나돌던 일본 재계와 정부의 ‘삼성 타도’ 물밑 프로젝트가 수면으로 떠오른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다.

그러나 일본 탓만 하기 전에 우리도 반성할 점은 없는지 따져 봐야 한다. 소니-샤프 합작공장이 들어설 오사카(大阪) 부 사카이(堺) 시는 일본 정부가 대도시권 규제를 없앤 이후 제조업 기반이 되살아난 곳이다. 사카이 시는 한국의 재산세에 해당하는 고정자산세를 10년 동안 80%나 깎아 주는 파격적인 세금 감면으로 기업들을 유치하고 있다. 근로자 임금, 공장 용지 값, 입지 조건 등 모든 면에서 한국보다 낫다는 평가다.

글로벌 기업들은 더 좋은 기업 여건을 찾아 국경을 쉽게 넘는다. 새 정부가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외치고 있지만 실제로 기업을 둘러싼 제반 환경이 빨리 바뀌지 않으면 합작사업은 물론 투자 유치나 일자리 창출도 갈수록 힘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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