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학에도 뒤늦게나마 개혁 바람이 부는 것은 다행이다. KAIST는 교수 6명을 재임용에서 제외하는 한편, 테뉴어(정년보장) 심사에서도 5명을 탈락시켰다. 국내에선 드물게 보는 고강도 조치다. 서울대와 고려대도 재임용 기준을 강화해 새 기준이 적용되는 2, 3년 후엔 무더기 탈락이 예상된다.
학생들이 매기는 강의평가 공개도 본격화하고 있다.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MBA)은 지난해부터 강의평가 결과를 공개하고 낮은 점수를 받은 교수 3명을 강의에서 배제했다. 강의평가 공개는 학부로 확산돼 동국대는 교수 1049명의 지난 학기 강의평가 점수를 실명(實名)으로 공개했다.
그러나 한국은 이제 테뉴어 진입을 어렵게 하는 단계이지만, 선진국에선 테뉴어 제도를 폐지하는 대학까지 나오고 있다. 우리 대학들은 더 과감하고 단호하게 교수 임용제도 개혁에 나서야 한다. 총장 직선제의 부작용으로 무사안일과 온정주의가 만연한 국립대부터 변모해야 한다. 대학이 엄정하게 교수평가를 하면 정치 쪽을 기웃거리며 연구와 강의를 소홀히 하는 폴리페서(정치교수)도 줄어들 것이다.
지식경제 시대임에도 우리나라 대학경쟁력(40위)은 국가경쟁력(29위·IMD 조사)보다도 크게 처져 있다. ‘대학이 국가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 지 오래다. 김도연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취임사에서 “경쟁력 제고를 위해 대학 내부문화 쇄신이 필요하다”고 했다. 중요한 것은 말이 아니라 행동이다. 교수 철밥통도 깨야 하거니와 경쟁력 없는 대학도 도태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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