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두만]美수출 길 열린 항공산업 적극 육성을

  • 입력 2008년 3월 5일 02시 58분


우리나라와 미국 정부가 최근 민간 항공제품의 안전성 인증 체계와 능력을 서로 인정하고 상호 항공 시장에 쉽게 진출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항공안전협정(BASA)을 체결했다.

그동안 미국은 BASA를 체결하지 않은 국가의 제품은 인증 접수 자체를 거부해 국내 항공부품 생산업체는 외국 업체의 하청 생산으로 수출할 수밖에 없었다.

1996년 한 국내 업체가 자체 개발한 항공기 타이어를 미 보잉사에 납품하기로 했는데 BASA가 체결되지 않아 납품을 하지 못한 사례도 있다. 하지만 이번 협정 체결로 국내 항공 산업체는 150여 가지 부품을 보잉사 에어버스사 등에 고유 브랜드로 납품할 수 있게 됐다.

세계 항공기 시장 규모는 러시아 등 동유럽을 제외하고도 3000억 달러(2005년 기준)를 넘는다. 이 중 미국을 선두로 7대 선진국이 83%를 점유하고 있으며 아시아에서는 중국과 일본이 그 뒤를 맹렬히 추격하고 있다. 세계 항공산업 규모는 2015년에 1340억 달러(완제기 기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 세계 8위의 항공운송국가임에도 국내 항공 시장 규모는 4조3000억 원(2006년 기준)으로 전 세계 항공기 시장의 1.5%를 차지할 뿐이다. 또한 국내 항공기술 수준은 완제기 시스템 분야에선 선진국 대비 80% 이상이지만 핵심 부품소재의 설계 제작 능력은 선진국의 50% 정도로 자동차 반도체 철강 조선에 비해 상당히 뒤처진다.

항공산업은 군수·민간기술이 접목되는 대표적 산업이며 정보기술(IT), 통신 산업 등 최첨단 산업을 체계화하는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최신 전투기는 대당 가격이 1000억 원에 이르고 대형 여객기의 경우는 대당 가격이 무려 2500억 원에 이른다. 기초 원자재 투입 비중이 낮아 부가가치가 매우 크며 연구개발이 산업활동과 직접 연계된다는 점에서 미래형 성장 동력 산업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항공산업은 반드시 육성해야 하는 중요 산업이다. 이번 BASA 체결로 국내 항공산업은 새로운 도약의 전환점을 맞았다. 항공산업이 미래의 국가 중추 산업으로 도약하고 한국이 세계 8대 항공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미국 외에 유럽 등 다른 항공제품 생산 국가와도 협정을 체결하고 협력 범위도 항공 부품에서 항공기까지로 확대해야 한다.

또 선진국 대비 50% 미만인 핵심 부품소재의 설계 제작 능력을 향상시키고 국제 공동개발사업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이번 BASA 체결은 여러 정부 부처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학계 및 항공산업체 등이 유기적인 공동 협력을 통해 이뤄냈다. 이처럼 정부가 적극적으로 항공산업 육성 정책을 추진하고 산학연이 합심해 노력하면 국내 개발 민간 항공기도 세계시장에 수출할 수 있다.

항공우주부품 소재산업 육성은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 중 하나였다. 이제부터 정부의 항공산업 육성 정책 아래에서 세계적 수준의 IT, 전자기술과 항공기술을 융합하는 등 국제 항공시장 변화에 범정부적으로 대처해 나가야 한다.

김두만 한국항공대 교수 항공우주기계공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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