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조업체 A사는 최근 해외 원자재(구리) 수급을 예측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이 회사가 사용한 방법론은 미래의 모습을 이야기 형태로 풀어내는 ‘시나리오 플래닝’.
분석 결과 △세계 최대의 구리 생산국인 칠레에 지진이 일어나 구리 가격이 급등하는 ‘가격 쇼크’ △아프리카 짐바브웨에서 새 광산이 발견돼 공급량이 확대되는 ‘안정적 수급’ 등 총 5개의 시나리오가 그려졌다. A사는 시나리오에서 도출한 기회와 위험 요인을 바탕으로 선물시장 참여 확대 등 대응책을 마련 중이다.
미래 예측 방법론의 하나인 시나리오 플래닝에 대한 국내 기업들의 관심이 뜨겁다. 국내 기업들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시나리오 플래닝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지만 대다수가 초보적인 수준에 불과했다. 하지만 최근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위기로 국제경제의 변동성이 커지고 이로 인해 수출기업과 금융회사들의 직접적인 타격이 우려되면서 시나리오 플래닝을 토대로 전략을 수립 및 점검하는 업체가 급증하고 있다.
곽동원 AT커니 파트너는 “1, 2년 전부터 국내 대기업들이 시나리오 플래닝 프로젝트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며 “환경의 불확실성과 국제경제의 복잡성이 커지면서 최근에는 수출기업뿐 아니라 내수기업들도 시나리오 플래닝을 도입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11일 발행되는 동아비즈니스리뷰(DBR) 5호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와 시나리오 플래닝’에 대한 스페셜 리포트를 준비했다. 자세한 내용은 DBR 웹사이트(www.dongabiz.com)에서도 볼 수 있다.
○ 전략적 위험-숨겨진 기회 찾기에 적합
국내 기업들이 시나리오 플래닝에 관심을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경영환경이 갈수록 복잡하고 불확실해지기 때문이다. 시나리오 전문가인 매슈 레이넌 미국 GBN 이사는 “시나리오 플래닝의 목적은 복잡하고 불확실한 현실에서 전략적인 위험과 숨겨진 기회를 찾아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단순한 예측으로는 자기가 아는 만큼만 볼 수 있다”며 “체계적인 시나리오는 보통 때의 시각으로는 볼 수 없었던 맥락과 위험 요소를 보여 준다”고 설명했다.
국내 기업들이 시나리오 플래닝에 관심을 가지는 또 다른 이유는 글로벌화에 있다. 해외에 진출할 때는 국내 시장에는 없었던 새로운 위험 요인에 직면하게 된다. 시나리오 플래닝을 이용하면 이런 여러 위험 요소를 밝혀내고 그에 대한 대책을 마련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예행연습’도 할 수 있다.
○ 노키아, 바스프 등 미래 예측으로 위기 돌파
아직까지 국내에는 드물지만 시나리오 플래닝을 이용해 성공한 해외 기업들의 사례는 무수히 많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세계적 정유회사 로열더치셸이다. 셸은 냉전이 절정에 이르렀던 1980년대 옛 소련의 붕괴를 예측하고 ‘사할린 프로젝트’ 등을 통해 러시아 지역 유전을 확보했다. 이 회사는 1970년대에도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설립과 석유 파동을 예측해 피해를 최소화했다.
노키아도 시나리오 기반의 경영전략을 통해 혁신을 선도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2002년 무선인터넷(Wi-Fi) 전화의 등장을 예측했고 2004년에는 팟캐스팅(Pod-Casting·MP3플레이어 아이팟을 이용한 방송)의 대두를 전망했다.
독일 화학회사 바스프는 매년 시나리오 플래닝을 통해 회사의 전략을 세운다. 이 회사는 특히 전략 수립 외에도 실제 제품 개발에 미래 예측을 반영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 족집게로 여겨선 곤란… 정답의 범위 보여줘
시나리오 플래닝은 먼저 해결이 필요한 ‘핵심 이슈’를 파악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이슈와 관련된 변화의 동인(driver)과 불확실성 요소를 파악한다. 이렇게 얻어진 여러 ‘재료’를 가지고 일종의 소설이나 가상의 드라마 형식으로 쓰는 것이 시나리오다. 기업 차원의 전략을 수립할 때는 보통 4∼8개의 시나리오를 도출해 이용한다. 시나리오 전문가인 유정식 인퓨처컨설팅 대표는 “너무 많은 시나리오는 오히려 전략적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혼란만 가중시킨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시나리오별로 고려할 수 있는 전략적 대안을 찾아내 그중 중요한 것을 기업 전략에 반영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시나리오 플래닝이 족집게처럼 미래를 예견하는 도구는 아니라고 강조한다. ‘정답 자체’가 아니라 그것이 존재하는 ‘범위’를 규정하는 것이 시나리오의 역할이란 것이다.
레이넌 이사는 “많은 최고경영자(CEO)가 하나의 정답을 원하지만 시나리오는 모든 것을 보여 주는 ‘예언자의 수정 구슬(crystal ball)’이 아니다”며 “기업이 해야 할 일은 경영 환경에 심각한 파급력을 줄 수 있는 다양하고 근본적인 동인을 찾아 대응책을 세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권모 기자 mikemoon@donga.com
국내 최초의 고품격 경영매거진 ‘동아비즈니스리뷰(DBR)’ 5호(3월 11∼24일)에 실리는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DBR 이번 호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와 시나리오 플래닝’을 스페셜 리포트로 다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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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 스쿨/연말까지 기다렸다 ‘한칼’에 손보겠다고?
중간 관리자의 역량에 대한 국내 직장인들의 만족도는 상당히 낮은 편이다. 세계적인 인사조직 컨설팅업체 타워스페린이 중간 관리자들에게 정확한 성과 측정 및 부하 직원과 조직의 역량 향상, 코칭 및 피드백 제공에 대한 방안을 권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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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는 습관’의 저자 전옥표 위닝경영연구소 대표가 판매 영업에서 성공할 수 있는 비밀 노트 3권을 소개한다. 바로 △인구 통계적 특성을 분석한 상권 분석 노트 △자사 및 경쟁사 제품의 장단점을 비교한 스크랩 노트 △고객의 모든 것을 기록한 고객 품격 노트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21세기의 인재 관리
인재 관리는 모든 경영자의 고민거리. HBR가 생산 관리와 공급망 관리 기법을 활용해 인재 관리 모델을 개발하는 독특한 이론을 제시한다. 와튼 스쿨의 피터 카펠리 교수는 인재 육성에도 얼마든지 ‘저스트인타임(just-in-time)’ 방식을 도입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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