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후지쓰배 국가대표 선발전… 싸우지도, 달아나지도 마라

  • 입력 2008년 3월 10일 02시 59분


백은 조심스럽고 차분하게 진행한다. 자신의 약점을 잔뜩 노리고 있는 흑에게 공격적으로 대응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뒤돌아 달아나는 모습을 보여선 안 된다. 빈틈이 더 많이 생기기 때문이다. 상대와 싸우지도, 달아나지도 않고 대치하는 것이 최선이다. 백은 124, 126으로 보폭을 좁혔다. 동작이 크면 약점이 생긴다. 흑은 동분서주하면 중앙 백 세력 삭감에 힘을 쏟는다. 방치하면 커지니까 어쩔 수 없는데 깎고 깎아도 백 집이 크게 줄지 않는다. 이것이 두터움의 위력이다.

백은 억지로 중앙을 틀어막지 않고 백 128로 현찰을 챙긴다. 흑으로선 상대를 몰아붙이려다가 강력한 잽을 맞은 듯한 느낌이 들 것이다. 프로들이 ‘상대에게 당하면 다리에 힘이 죽 빠진다’고 하는 곳이다. 백은 한 곳을 고집하지 않는다. 이쪽을 빼앗기면 저쪽을 차지하고 상대가 저쪽에 욕심을 내면 순순히 내주고 다른 쪽을 차지한다. 강동윤 7단은 흑 137 이후 145의 곳에 둬 우하귀 백 두 점을 살리지 않고 142, 144로 좌변 흑 한 점을 손에 넣는다.

백 150으로 하변을 넘는 수순이 돌아와선 백승이 확정됐다. 흑 155에 백 156은 정수. 무심코 참고도 백 1로 받으면 흑 10까지 백이 걸려든다. 이후 수순은 총보.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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