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카페]LG전자 노조위원장의 협상 무기는 ‘애사심’

  • 입력 2008년 3월 12일 02시 59분


《매달 봉급 받는 날만 기다리며 사는 ‘월급쟁이’들에게 임금 동결은 결코 반가운 소식이 아닙니다. LG전자 ‘노경(勞經)’은 최근 ‘2년 연속 임금 동결’과 ‘19년 연속 무(無)분규 임단협 타결’을 이뤄냈습니다. 관련 보도자료를 배포한 LG전자 홍보팀의 한 직원조차 “솔직히 내 가슴은 쓰리다”고 하더군요. 》

그래서 10일 어렵게 성사된 박준수 LG전자 노조위원장과의 전화 인터뷰는 다소 공격적으로 진행했습니다.
▶본보 11일자 A14면 참조
2년연속 임금동결 LG전자 박준수 노조위원장

“임금 동결은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실질 임금 삭감인데 노조원들의 반발이 없었느냐?”

“일부 강성노조에서 이른바 ‘어용노조’라고 항의하지 않았나?”

박 위원장의 답변은 ‘뭔가 까칠한 대답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란 기자의 생각과 완전히 달랐습니다.

그는 “나는 한국노총 경남도본부 의장을 겸직하고 있어 (노동계에) 휴대전화 번호가 널리 알려져 있다. 항의 전화 대신 ‘큰 결단을 했다’는 격려를 많이 받았다”고 하더군요.

LG전자는 1989년 3개월간 회사 문을 닫을 정도의 극심한 노사분규를 겪은 적이 있습니다. 그때 기업 경쟁력을 많이 까먹었다고 하더군요.

“남용 LG전자 부회장의 ‘영어 공용화’ 정책 때문에 스트레스 받지 않느냐”고 또 다른 ‘미끼’를 던져봤습니다. 박 위원장은 “이명박 정부 들어서 ‘영어의 중요성’이 얼마나 강조되고 있느냐. LG전자는 그만큼 앞서가는 기업”이라고 하더군요.

그러나 인터뷰 말미에는 귀가 번쩍 뜨일 한마디를 잊지 않았습니다.

“7일 임단협 때 남 부회장에게 ‘사업장별 9개 지부로 구성된 노조가 임금 동결에 합의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 단합된 힘이 부정적 방향으로 폭발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이에 대해 남 부회장은 “관계가 좋을 때 더 잘하겠다”고 화답했다고 합니다.

박 위원장과 통화하면서 노조의 힘이 꼭 질끈 동여맨 머리띠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애사심(愛社心)도 강력한 협상 무기가 될 수 있으니까요.

부형권 산업부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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