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국 경제 중병설이 퍼지면서 이 지표가 집중조명을 받는다. 그런데 지난주 발표에 따르면 2월 일자리가 6만3000개 줄었을 뿐만 아니라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잠정수치도 큰 폭으로 하향 조정됐다. 그야말로 가슴 졸이던 투자자들이 심장마비를 일으키기에 딱 알맞은 결과들이다. 곧이어 미국 주식시장이 급락했고, 그 여파로 이번 주 초 아시아 주식시장이 줄지어 내리막길을 걸었다. 그러잖아도 미국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 문제로 금융시장이 부실한 상황이다. 지난해 여름 이후 경제전문가들의 관심은 금융시장 문제가 과연 언제쯤, 얼마만큼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칠 것인가이다. 고용사정이 크게 악화됐다는 발표는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미국 경제가 위축되더라도 중국으로 대변되는 신흥 공업국들의 성장세 지속으로 전체적으로 경기 위축은 심각하지 않을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중론이었다. 그런데 올해 들어 미국이 불경기에 진입하면 세계적으로 건재할 경제가 없다는 비관론이 지배적이다. 몇 개월 사이에 중국 경제의 미국에 대한 의존도 등 세계 경제의 중요한 현실이 크게 달라진 것이 없기에 다분히 심리적 현상이라고 보아야 마땅하다. 매일 몇 시간씩 주식시장 분석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투자분석가들이 매번 같은 소리만 할 수 없다는 것도 이런 식의 유행 변화에 일조할 것이다.
지나친 일희일비를 막기 위해 기본을 재확인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첫째, 미국 금융시장의 불안에 따른 불확실성이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는 점이다. 문제의 확산 정도가 심각해서 경험이 많은 미국의 정책당국이 당황할 정도이고, 연방정부나 중앙은행이 전례 없이 강력하게 금융시장과 경기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시장경제 신봉자인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은행들에 연체자들에 대한 채권부실화 절차 개시에 신중할 것을 당부하고 있는 실정이다.
둘째, 현 시점에서는 불경기(recession) 진입 여부 자체보다는 오히려 경기 위축이 얼마나 심각하고, 얼마나 지속되는가가 더 중요하다는 점이다. 주택건설시장 침체의 파급 효과가 크고, 담보대출을 이용한 소비자 금융이 어려워지는 가운데 고유가에 따른 소비 부진이 겹치면서 실물경제 침체는 이미 확인되고 있다. 불경기가 2분기 만에 끝나고 빠르고 강한 회복이 이어지는가, 혹은 정체에 가까운 상황이 길게 지속되는가가 더 중요하다. 전자의 경우 올 하반기에는 상황이 개선된다는 것인 데 반해 후자의 경우라면 문제가 좀 심각해진다.
마지막으로 최근 본격화되는 비용 상승 요인으로 인한 물가상승세는 앞으로도 쉽지 않은 문제로 남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는 단기적인 경기상황에 상관없이 지속될 수 있어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의 문제가 될 수 있다. 고유가, 원자재가격 급등 문제는 신흥 공업국들의 고속성장에 기인한다. 따라서 신흥 공업국들의 경제가 미국 경제와 동조해 동반 둔화된다면 물가 문제는 축소될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소위 디커플링이 된다면 물가불안 문제는 지속될 수도 있다. 세계 경제의 연착륙을 바란다면 물가상승을 감수해야 하고, 물가안정을 위해서는 심각한 경기 위축을 바라야 하는 진퇴양난 국면이다. 고작 선택이 이 모양이니 경제학을 형편없는 학문이라고 하는 비아냥거림도 이해할 만하다.
허찬국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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