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도 같은 기간 국내의 출퇴근길 교통량이 줄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지난해 11월 기준 서울 남산1호 터널 교통량은 기름값이 급등한 전년도에 비해 겨우 0.5% 줄었을 뿐이다. 승용차 운행 요일제를 실시했는데도 그렇다. 출퇴근길 승용차는 ‘나 홀로’ 운전이 많다. 기름값이 너무 뛴다고 투덜대면서도 대중교통 수단으로 갈아타는 사람은 적다.
청와대부터 솔선하고, 합리적 節約策 제시를
고유가 현상은 미국인의 생활방식을 바꾸고 있다. 미국 기업들은 카풀(자동차 함께 타기)을 이용하는 직원에게 통근수당을 지급하고 재택(在宅)근무를 권고한다. 국민도 자동차 에어컨 끄기, 급제동 급출발 안하기 등에 동참하고 있다.
자국에서 엄청난 원유가 생산되는 미국도 이렇게 비상(非常)인데,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초(超)고유가 시대를 이겨내야 할 우리 국민은 여전히 둔감하다. 일부 전문가는 배럴당 200달러 유가시대를 맞을 가능성까지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에너지 아끼고 덜 쓰기’를 온 국민이 체질화할 필요성이 갈수록 절실해지는 것이다.
일본인들은 집에서 전철역까지 걸어서 15분 정도 걸리면 걷는 것이 몸에 배어 있다. 이에 비하면 ‘짧은 거리도 웬만하면 차를 타는’ 우리 국민의 생활습관은 유난스럽다고 할 만하다. ‘많이 걷는 것’은 일본인 장수비결의 하나이기도 하다. 일본인은 가격 등락에 매우 민감한 반면 우리 국민은 대범(大汎) 또는 둔감(鈍感)하다.
‘에너지 아끼기’는 청와대를 비롯한 정부부터 나서야겠다. 청와대부터 말단 관공서까지 에너지 낭비 요인을 하나하나 찾아내 솔선수범으로 이를 제거함으로써 온 국민의 ‘에너지 절약’ 기풍을 진작할 책무가 정부에 있다. 점심 먹으러 나가면서 사무실 불은 환하게 켜놓고 가지 않는가. 컴퓨터 모니터를 끄지 않고 퇴근하지는 않는가. 여러 전선(電線)을 연결하는 멀티 탭은 꼭 ‘오프’로 전환하고 나가는가. 공무원부터 대중교통 이용에 모범을 보이고, 관용차 운행을 절제하며, 외국처럼 중소형 관용차 이용률을 높여야 한다.
정부는 관공서, 산업체, 가정 등에서 온 국민이 실천할 필요가 있는 ‘에너지 절약’ 방안을 정리해 이를 솔선하고, 홍보하고, 국민의 동참을 호소해 성과를 거둬야겠다. 정부부터 비상을 걸고, 국민에게도 동참을 요구해야 한다. 10분 이상 사용하지 않는 전원을 끄는 것만으로도 전국적으로 연간 512억 원이 절감된다.
대도시에는 선전효과도 별로 없을 심야에 ‘나 홀로 번쩍이는’ 네온사인이 적지 않다. 이런 모습으로 초고유가 시대를 이겨내기는 어렵다. 원유와 천연가스를 비롯한 원자재를 전량 수입해야 하는 우리에게는 안정적 자원 확보 못지않게 ‘에너지 효율을 높이면서 동시에 절약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다소간의 생활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에너지를 절감하고 친환경적으로 라이프스타일을 바꿔야 초고유가 시대에 대처할 수 있다.
정책도 유류세 인하 등 ‘반짝 효과’에 그칠 정책보다는 수요 감소를 지속적으로 유인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대중교통의 획기적 개편, 자전거 전용도로 확충, 경차 지원 확대 등 환경친화적인 대책을 체계적이고 장기적 관점에서 추진할 일이다.
기업과 가정에서도 多소비 체질 확 바꾸자
산업계도 공정(工程) 전반에 비효율이 없는지 따져보고 마른 수건도 쥐어짜는 자세로 낭비적 요소와 거품을 제거해야 할 것이다. 원자재 값 상승으로 경영 압박이 가중되는 시대에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국민들은 작은 불편쯤은 기꺼이 참아내겠다는 자세를 서로 전파(傳播)할 필요도 있다. 우리 국민은 사회적으로 ‘그래 해보자’ 하는 분위기가 진작되면 아주 잘할 수 있는 강력한 에너지를 갖고 있다. 안전벨트 매기, 금 모으기 등 여러 사례가 있다.
대중교통 이용은 가장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에너지 절약책이다. 자원 절감, 교통소통 원활화, 대기오염 완화, 온실가스 감축, 건강 증진 등 1석5조의 효과가 있다. 백열등을 형광등으로 교체하기만 해도 70%가 절전되고 전구의 수명도 8배나 길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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