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박은수]이상묵 교수 재활, 한국에선 가능했을까

  • 입력 2008년 3월 14일 03시 00분


‘서울대의 스티븐 호킹’으로 불리는 장애인 이상묵 교수의 재활 사례가 충격을 줬다. 2년 전 미국에서 자동차 사고를 당해 목 아래로는 모두 마비됐지만 정보기술(IT)의 도움으로 다시 강단에 서게 된 것이다.

이 교수는 장애인이 재활치료와 직업재활의 과정을 거쳐 원래 직장으로 복귀하는 것은 미국에서는 일반화돼 있어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이는 우리의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라크전에서 다친 미국 군인은 전역하는 것이 아니라, 재활과정을 거쳐 군대로 복귀하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만약 자신이 한국에서 재활치료를 받았다면, 이런 직장 복귀가 순조로웠을지 의문이라며 미국의 재활과정을 견학하고 돌아간 그 많은 한국의 공무원은 대체 무엇을 했느냐고 질책했다.

이 교수가 장애인에게 당장 필요한 것은 줄기세포가 아니라 IT 기술이라고 지적한 그 한마디는 우리 사회를 향해 보조공학의 유용성과 절실함을 깨우치는 일갈로 들렸다. 당장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미 개발된 기술들을 접목해 일상과 직업생활에 참여할 수 있게 도와주는 효율적인 행정서비스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우선 의료계의 자성이 있어야겠다. 부서이기주의는 관료만의 문제가 아니다. 재활의학과는 ‘구조된 생명을 가치 있는 생명으로’ 지키려 하고 있지만 정형외과 신경외과 등과의 협력관계가 원활하지 못해 재활치료에 보조공학기술을 적극 활용하는 경지까지는 진전하지 못하고 있다. 진료과목을 세분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과제가 환자 중심으로 협업하는 모델이다.

장애인에게 절실한 보조공학기구를 제공하는 전달시스템도 정부 부처 간에 긴밀하게 협조가 되질 않는다. 정작 관련 부처들이 외면하는 동안에 노동부가 총리실의 협조를 얻어 로또복권기금사업으로 취업한 장애인에게 한정해 보조공학기구를 지원하고 있으며, 당시 교육인적자원부나 정보통신부도 초보 수준의 관심을 보이고 있었는데, 부처가 통폐합되면서 그나마 보였던 관심도 철회되지 않을지 걱정된다.

보조공학산업은 세계적 고령화 추세에 비추어 보면, 충분히 미래 성장동력의 한 축이기도 하다. 미국 국방부는 단순히 애국심에만 의지해 국방력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보조공학을 통한 재활 사례를 통해 국민 통합을 고취하고 있다. 이 교수의 사례를 단순 감동 스토리로 그치게 할 것이 아니라, 행정시스템을 고치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박은수 한국장애인고용 촉진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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