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무서운 세상

  • 입력 2008년 3월 14일 23시 07분


소중한 생명을 이렇게 무참히 빼앗을 수 있는가. 프로야구 선수 출신이 네 모녀를 살해 암매장한 사건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열 살배기 초등학생 여자 어린이가 실종 77일 만에 토막 시체로 발견됐다. 함께 실종된 다른 한 명은 생사조차 모른다. 무섭다.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경찰은 어디에서 뭘 하고 있는지 불안하다.

두 사건의 피해자는 모두 자기보호능력이 약한 여자들이다. 여자 어린이의 주검이 발견된 경기 수원시 야산 부근에선 지난 1년여 동안 여성 5명이 실종됐다. 모두 범인은 오리무중(五里霧中)이다. 동일범의 소행으로 추정될 만큼 유사점이 많지만 경찰은 단서조차 못 잡고 있다.

수원 연쇄실종사건은 1980년대 후반∼1990년대 초에 일어난 경기 화성 연쇄살인사건을 떠오르게 한다. 경찰은 화성사건 수사에 연인원 180만 명을 투입하고도 범인을 잡지 못했다. 이번 어린이 실종사건은 신고를 받은 사흘 뒤에야 수사본부를 설치해 초동수사부터 늦었다. “아이들의 귀가가 조금만 늦어도 가슴이 철렁한다”는 목소리가 전국에서 쏟아진다.

경찰은 해마다 사건별로 ‘특별단속기간’을 정해 일선을 독려한다지만 ‘보여주기 치안’이라는 인상을 준다. 점수를 올리는 데만 급급해 이웃 경찰서끼리 검거 실적을 맞바꾸기까지 한다.

‘흉악범은 반드시 잡힌다’는 불문율이 확립돼야 범죄가 줄어든다. 그런데도 살인 강도 강간 절도 폭력 등 5대 범죄의 범인 검거율은 1999년 91%에서 2006년 72%까지 급락했다. 인터넷엔 ‘청부 살인’을 공공연하게 부추기는 사이트가 널려 있지만 경찰은 속수무책이다. 이런 경찰을 믿고 이 험악한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나. 치안의 붕괴는 민생(民生)의 붕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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