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하이힐 달리기 대회가 열렸다. 1만5000달러의 우승 상금을 타기 위해 수백 명의 여성이 굽이 9cm 이상 되는 하이힐을 신고 힘차게 달렸다.
너무 상금에 욕심을 냈던지 골인 지점을 앞두고 넘어지는 사람과 발목을 접질리는 사람이 속출했다. 처음에는 웃으면서 기사를 읽다가 나중에 다친 사람들 얘기가 나오면서는 걱정이 앞섰다.
펀드 투자도 하이힐을 신고 달리는 것처럼 하면 부상이 생기기 쉽다. 펀드 중에는 명품 하이힐처럼 모든 사람이 주목하는 화려한 펀드가 있는가 하면, 수수한 운동화처럼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소박한 펀드가 있다.
투자자들이 은행이나 증권사를 통해 추천받는 펀드들은 과거 수익률이 높고 그럴싸한 투자전략을 가진 하이힐과 같은 상품들이 상당수를 차지한다. 상위권에도 끼지 못하고 투자전략도 평범한 운동화와 같은 상품을 추천하는 창구직원은 많지 않다.
그동안 하이힐처럼 유행을 크게 탔던 펀드가 많다. 2004년 배당주 펀드(배당이 많은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 2005년 중소형주 펀드, 2006년 그룹주 펀드(특정 대기업집단에 투자하는 펀드)와 베트남 펀드, 2007년에는 해외리츠 펀드(해외 부동산 자산에 투자하는 펀드), 중국 펀드, 물 펀드 등이 해당된다. 하지만 유행이 지나고 난 결과는 초라하기 짝이 없다.
투자는 하이힐보다는 운동화를 신고 달리는 것과 같다. 유행을 심하게 타는 펀드로는 장기간 투자하기 어렵다. 운동화와 같은 펀드는 업계 전체에서 30%대 이내의 순위를 꾸준하게 유지하는 펀드를 말한다.
예를 들어 전체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 순위를 1%(최고)에서 100%(최저)까지 나열할 때 어느 경우에도 상위권(10% 내)에 들지 않지만 중위권(50%)을 벗어나지 않는 펀드가 운동화를 닮은 펀드다.
지금부터는 투자자금을 운동화와 같은 펀드에 70∼80% 투자하고, 나머지 20∼30% 정도만 하이힐 같은 펀드에 투자하도록 하자. 운동화와 같이 건강에 좋은 펀드를 고르기 위해서는 과거 수익률만 보지 말고 수익률 순위가 들쑥날쑥하지 않은지 점검하는 게 필수다.
한국펀드평가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