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이 필요한 미국 투자가들이 한국 주식을 급히 처분하면서 주가가 떨어지고 달러 부족으로 환율이 급등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가 경제 운용에 있어 국내외의 신뢰를 얻지 못한 탓은 없는지 돌아봐야 한다.
현 정부는 대통령 선거에서 줄곧 ‘경제 살리기’를 외쳐 지지를 받았지만 집권 후에는 “국민 기대가 너무 크다”는 말을 남발하고 있다. 지금은 경제 불안의 원인을 전(前) 정부의 잘못과 해외요인 탓으로 돌릴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머지않아 정부의 경제 리더십 및 정책 능력이 도마 위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미국 중국 등 파급력이 큰 시장에서 대형 악재가 생기면 세계 어느 국가건 그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정부가 얼마나 효과적으로 충격 흡수 정책을 구사하느냐에 따라 각국이 받는 타격의 정도는 상당히 다르다. 우선 정부 당국자들이 진실로 책임감을 갖고 대응해야 한다. 스스로 책임질 고위당국자가 정부를 대표해 확실한 신호를 보내고, 그 결과에 대해 실제로 책임지는 행동을 해야 그 나라 정부는 국내외 시장 참여자들의 신뢰를 쌓을 수 있다. 정책 당국자들이 환율정책이나 중앙은행 독립성 같은 문제를 놓고 학술토론을 즐기는 듯한 모습이나 보여서는 시장 안정에 도움을 주기는커녕 안정을 깨기 십상이다. 그런 점에서 기획재정부의 기본자세와 능력이 시험받고 있다.
이런 판국에 국내 금융정책을 총괄할 금융위원회는 아직 ‘이사 중’이다. 금융위는 지난 주말 서울 서초동 옛 기획예산처 청사에 자리 잡았지만 사무실 공사가 덜 끝나 직원들은 여의도 금융감독원에 머무르고 있다. 대다수 국장들은 아직 보직도 못 받고 있다. 시장상황은 급박하게 돌아가는데 주무부처는 공전(空轉)하는 모습을 보이니 시장 참가자들은 더 불안하다.
이 정부 사람들은 이제 “경제를 살리겠다”는 말은 그만해도 된다. 어떤 태도와 무슨 수단으로 이를 믿게 하고 실효(實效)를 거둘 것인지, 그것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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