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하종대]헌법에만 있는 中의 언론 집회 결사의 자유

  • 입력 2008년 3월 18일 02시 58분


“진짱정(進藏證) 있나요. 없으면 비행기 못 타요.”

16일 이른 아침 중국 베이징(北京) 서우두(首都) 공항. 대규모 유혈 시위 사태가 벌어진 티베트(중국명 西藏·시짱)에 들어가기 위해 하루 전 어렵게 확보한 라싸(拉薩)행 비행기 표를 항공사 창구의 여직원에게 내밀었다.

그러나 여권을 확인한 여직원은 “외국인은 지금 티베트 지역에 들어갈 수 없다”며 탑승권을 내주지 않았다. 평소에도 외국인은 진짱정이 있어야만 티베트 행 비행기를 탈 수 있다. 그런데 유혈사태가 벌어진 14일부터는 당일 발급한 진짱정이 있어야만 탑승할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진짱정이란 중국 정부가 티베트 자치구에 들어가려는 외국인에게 발급하는 증서로 정식 명칭은 ‘외국인 티베트 관광 허가증’이다. 그만큼 티베트는 중국의 민감한 지역이다.

결국 베이징에 주재하는 500여 명의 외국인 기자를 포함해 중국 내 700명 안팎의 특파원들은 사건 발생 이후 단 한 명도 합법적으로 티베트에 갈 수 없었다. 국제사회의 눈과 귀가 쏠린 사건을 현장에서 직접 취재하지 못한 채 중국 정부의 발표와 현지의 전문(傳聞)에만 의지해 독자에게 전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하지만 외국인 기자의 눈과 귀를 막은 중국 정부와 관영 언론들은 정작 티베트 사태의 실상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했다.

유혈 사태가 벌어진 지 나흘째인 17일 중국 정부가 발표한 내용은 “폭도들 때문에 사망자가 발생한 것이다” “달라이 라마가 이번 사태의 배후라는 증거는 적절한 시점에 공개하겠다” 등으로 티베트 사태의 전말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중국 관영 신화(新華)통신과 CCTV 역시 정부 당국의 발표만 앵무새처럼 보도할 뿐 시위가 왜 발생했고, 시위대의 요구조건은 무엇인지, 현지 주민의 반응은 어떠한지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없었다.

중국 헌법 35조는 ‘중국 공민은 언론 출판 집회 결사 여행 시위의 자유를 갖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어느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헌법에 못지않은 훌륭한 조문이다.

그러나 이 같은 인류 보편의 가치가 법전 밖의 현실에서 충실히 구현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아직은 어려운 게 중국의 실정인 듯하다. 티베트 유혈 사태는 인권 탄압 문제 외에 중국의 언론 자유에 대해서도 국제사회에 많은 의문과 우려를 불러일으킨다.

하종대 베이징 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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