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한나라당 공천 탈락자 일부가 ‘친박연대(親朴連帶)’라는 간판을 내걸고 나온 데 대해서는 또 다른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 작년 대선후보 경선 때 박근혜 전 대표를 지지했던 이규택 엄호성 의원, 서청원 전 대표, 홍사덕 전 국회부의장 등이 주축이어서 이런 이름을 붙였다고 하지만 이는 정치를 희화화(戱畵化)해 퇴보시키는 행태라고 우리는 본다. 특정 개인과의 친분을 공통점으로 삼아 정치집단을 구성하는 것이 과연 21세기 정당 민주주의에 손톱만큼이라도 부합하는 일인가.
설령 이들이 4·9총선에서 당선돼 공천 탈락의 한(恨)을 씻는다고 해도 특정인 팬클럽 수준의 집단행동은 한국 정치를 한 발짝이라도 발전시키기는커녕 국민의 정치 혐오증을 키울 뿐이다. 친박 줄에 섰다가 억울하게 당했으니 표를 달라는 것일 테지만 스스로도 구차하지 않은가.
개인 숭배 또는 우상화가 아니라면 어떻게 ‘친박’이 정치세력 결집의 출발선이자 지향점이 될 수 있는가. 엄 의원은 “아르헨티나의 페론당이 특정 정치인의 이름을 그대로 딴 경우”라고 했지만 속칭 페론당의 공식 명칭은 ‘정의사회당(Partido Justicialista)’이다.
‘친박연대’ 형성 과정도 어처구니가 없다. 새 당을 만들 시간이 없어서, 성격이 사뭇 다른 사람들이 작년에 대선용으로 만든 ‘미래한국당’이란 당에 일단 입당한 뒤 그 이름을 ‘친박연대’로 바꾸기로 했다니, 정당인으로서 최소한의 양식이 있는지 의문이다.
밖에서 ‘친박연대’가 만들어지고 있는데 정작 박 전 대표 자신은 한나라당에 남아 있으면서 이들에게 “살아 돌아오라”고 외치고 있다. 이런 것을 ‘정치’라고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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