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정효진]‘새우깡 쉬쉬’ 농심의 양심 불량

  • 입력 2008년 3월 20일 03시 02분


“손이 가요 손이 가/새우깡에 손이 가요/어른 손 아이 손/자꾸만 손이 가.”

‘국민스낵’으로까지 불리던 새우깡에 이제 더는 손이 가지 않게 됐다.

농심의 대표상품인 ‘노래방새우깡’에서 생쥐머리로 추정되는 이물질이 나왔다는 소식으로 여론이 들끓고 있다. 국민을 더 분노하게 한 것은 사건을 쉬쉬한 농심의 태도다. 이 회사는 2월 말 소비자의 항의 제보를 받고도 한 달 동안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농심은 이번 사태가 언론에 보도되고 나서야 뒤늦게 사과문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때는 이미 ‘생쥐 새우깡’과 같은 시기에 생산된 제품들이 소비자의 입속에 들어간 뒤였다.

뒷북도 이런 뒷북이 없다. 소비자 건강을 조금이라도 생각하는 회사라면 문제가 발생하자마자 바로 생산 라인을 멈추고 제품을 전량 거둬들였어야 했다.

농심은 어떻게 시간만 넘기면 조용히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한 듯하다. 수시로 불거지는 이물질 사고를 이런 식으로 대충 넘긴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떨치기 어렵다. 농심은 문제의 새우깡이 중국 현지공장에서 재료를 반죽해 반(半)제품 상태로 한국으로 들여온 것이라며 책임소재를 중국에 돌리는 듯한 변명성 해명도 했다.

쥐가 어디서 ‘노래방새우깡’에 들어갔느냐가 사건의 핵심이 아니다. 원가 절감을 위해 정작 위생관리에는 소홀했던 스스로를 반성해야 할 때가 아닌가. 40년 넘게 국민의 사랑을 받으며 연매출 1조6000억 원을 올리는 식품기업치고는 ‘양심 불량’이다.

이번 일을 처리하는 과정을 지켜본 소비자들은 새우깡은 물론 농심이 생산하는 다른 제품에도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사건을 덮기에만 급급했던 농심의 ‘쥐꼬리 양심’을 응징하기 위해 불매운동을 벌이자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영국의 METRO는 생쥐머리로 추정되는 이물질이 든 ‘노래방새우깡’ 사진을 ‘오늘의 기이한(weird) 사진’으로 보도했다. 세계 70여 개 나라에 스낵과 라면을 수출하는 농심이 나라 망신까지 시킨 셈이다. 자칫 한국산(産) 식품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까 걱정된다.

정직하고 성실한 농부의 마음을 담았다는 ‘농심(農心)’. 언제쯤 이름값을 제대로 할까.

정효진 산업부 wisew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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