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스인훙]韓-中불신의 벽 뛰어넘기

  • 입력 2008년 3월 21일 02시 58분


1992년 한국과 중국이 수교한 이래 양국 관계는 천지개벽에 가까울 만큼 달라졌다. 냉전과 열전(熱戰·6·25전쟁을 뜻함) 시대 서로 적이었던 양국은 이제 경제와 인적 교류에서 매우 친밀한 동반자다.

정치관계 역시 양호한 편이고 국제무대에서도 양국은 같거나 비슷한 관점을 견지한다. 한국과 중국은 상호협력을 통해 양국은 물론 동아시아의 평화와 발전을 이룩할 수 있는 고유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

그러나 양국 관계의 그늘도 분명히 직시해야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일부 한국 기업들이 임금과 세금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무단 철수한 사건이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은 중국의 임금과 환경 및 세수 정책의 변화로 큰 충격을 받았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역시 꾸물대서는 안 된다. 한중 FTA는 미국 유럽은 물론 일본보다도 느리게 진행되고 있다. 한국은 중국 농산물이 쏟아져 들어올 것을 우려하고 양국 모두 경제의 중점을 미국이나 유럽 일본에 두고 있다. 하지만 이는 양국 경제의 중요성과 지리적 근접성, 상호 협력이 절실한 동북아 경제 현실에 비춰볼 때 사리에 맞지 않는다.

또 북한이 중국의 동북 제4성이 될 것이라는 등 중국의 대북 투자에 대한 과도한 의심도 사실과 다를 뿐만 아니라 북한에서 한중 양국의 악성 투자경쟁을 불러올 수 있다.

정치에서의 그늘도 있다. 최근 양국의 정치적 관계는 동북공정으로 역사 논쟁이 치열했던 2004년 초에 비하면 확실히 나아졌다. 하지만 이 문제는 여전히 잠복 상태다. 치우(蚩尤)가 한(韓)민족의 조상으로 중국의 헌원 황제(중국인의 시조)를 패배시켰다는 주장이 한국에서 나오는 등 크고 작은 문제가 새롭게 등장하고 있다.

이런 문제로 양국 국민 사이에는 서로 의심하고 폄훼하고 싫어하는 정서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2006년 3월 한국의 정부 기관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10년 후 한국을 가장 위협할 나라는 일본이나 북한이 아닌 중국이었다. 지난해 12월 중국 관영 신화(新華)통신이 발행하는 시사주간 궈지셴취(國際先軀)도보는 일본보다 한국을 싫어하는 중국인이 더 많다고 보도했다.

최근 이명박 정부의 대외정책과 대중(對中) 태도는 다소 의혹을 불러일으킨다. 이 대통령은 노무현 정부 시절과 달리 한미 관계를 회복하고 한일 관계를 개선하며 대북 정책 역시 합리적으로 재조정할 방침이다.

그러나 최근 한미 군사동맹의 강화와 한미일 삼각 외교 협력 등 반복적으로 표출되는 강렬한 친미(親美) 색채는 한국은 물론 다른 나라에서도 관심과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최근 한국과 외국의 언론은 이 대통령 집권기에 한중 관계가 소원해질 것이라는 분석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한국 정부가 이를 부인하면 양국 관계 발전에 크게 도움이 되겠지만 아직까지 이런 소식은 없다.

건설적인 한중 관계는 양국 국민의 중대한 이익이 달려 있는 문제다. 또 양국은 실질적인 이웃 국가이자 동시대에 함께 부상을 원하는 나라이다.

한중 관계에 현존하거나 잠재하는 그늘을 줄이고 우호 협력의 길을 더욱 넓히는 것은 양국 정부의 중대한 의무이다. 양국의 정계 언론계는 물론 일반인들도 이를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할 책임이 있다.

스인훙 중국 런민대 국제관계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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