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김종근]中미술작품 사자열풍 속사정

  • 입력 2008년 3월 22일 03시 00분


최근 중국 현대미술에 열풍이 불고 있다. 세계 미술시장의 새로운 블루칩으로 떠오르는 중국 현대작가들이 국제 경매에서 단연 두각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급격하게 팽창한 중국미술이 거품이라고 말한다. 심지어 베이징 올림픽이 끝나면 곧 사그라지고 현재 인기 작가들도 곧 추락하리라고 진단한다.

과연 중국미술은 거품인가? 1989년 톈안먼 사태 이후 주목받기 시작해 1999년 21명의 작가들이 베니스 비엔날레에 소개되며 중국 현대미술은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2006∼2007년 작품이 많이 팔린 500명의 작가 리스트에 중국 작가들이 무려 157명이나 올랐다. 작품 가격 또한 2001년에 비해 780%나 올랐고 작가 35명의 작품 가격이 100만 달러 대열에 올라 유럽과 미국의 미술시장을 흔들고 있다.

2006년 미국 뉴욕 소더비에서 열린 ‘아시아 컨템포러리 옥션’에서 최고가로 낙찰된 10개의 작품이 모두 중국 작가의 것이었다. 20∼30배 급상승한 그림 값에도 불구하고 중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장샤오강은 “서양화가들에 비하면 아직 멀었다”고 했다.

영국의 세계적인 젊은 작가 데이미언 허스트(43)의 1억 원이던 작품이 125억 원 정도에 낙찰된 것에 비하면 중국 작품들의 가격은 결코 비싸지 않다는 것이다. 톈안먼 사태를 소재로 한 웨민쥔의 작품 ‘처형’이 지난해 10월 영국 런던 소더비 경매에서 590만 달러(약 59억 원)에 낙찰됐다. 장샤오강이나 쩡판즈의 작품도 3년 전 2만 달러였지만 지금은 20만 달러에도 구하기 힘들 정도로 값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현재 경매에서 기록을 뒤엎는 작가들 대부분이 중국 작가다. 이들은 세계 미술계를 이끄는 ‘4대 천황’으로 영국의 젊은 작가(YBA), 독일 라이프치히, 인도 현대미술과 함께 올라섰으며 중국은 미국 영국에 이어 세계 3위의 미술시장으로 자리 잡았다.

단순히 그림 값이 비싸다는 이유로 중국 작가들의 작품이 세계적으로 평가받았다고 단언할 순 없다. 유명 미술관 전시와 컬렉션이 또 다른 증거다. 지금 뉴욕 구겐하임미술관에서 전시 중인 차이궈창의 작품전이 그렇고 파리의 퐁피두센터 컬렉션이 이를 말해준다. 퐁피두가 소장한 독일의 대표 작가 요제프 보이스 작품 옆에는 8m가 넘는 팡리쥔의 작품이 걸려 있고, 차이궈창의 9m가 넘는 비행기가 상설 전시돼 있다. 전시장 앞뒤로도 중국 작가들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중국 현대미술을 주목한다. 한국을 비롯한 유럽의 사업가들이 앞 다퉈 베이징과 상하이에 화랑과 미술관을 연다. 벨기에의 유명한 컬렉터 기 울렌스가 베이징에 현대미술관을 짓고 파리의 퐁피두센터가 2010년까지 상하이점을 열 계획이며, 구겐하임도 베이징 분점을 검토한다는 소식이다. 중국 정부가 2015년까지 미술관과 박물관 1000개를 지을 것이며 그중 32개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 맞춰 베이징에 세운다는 것이다. 이것이 중국의 또 다른 힘이다.

중국 내 화가가 무려 4000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유럽이나 미국의 미술잡지에 중국의 작가들이 표지로 등장하고 파리의 화랑가에 중국 작가작품전이나 사진작가가 소개되는 일은 이제 하나도 이상하지 않다. 이우환 작품이 소장된 퐁피두센터의 컬렉션에 차이궈창이나 팡리쥔, 왕두, 양페이밍 등 40대 작가의 작품이 이미 2003년 전후로 포함됐다는 것은 중국 미술이 거품이 아니라 그들을 인정하는 것이 현실이라는 점을 극명하게 보여 주는 것이 아닐까.

김종근 숙명여대 겸임교수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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