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유화선 파주시장의 행정 속도 혁명

  • 입력 2008년 3월 25일 22시 56분


경기 파주시는 어제 이화여대가 “미군 부대인 캠프 에드워드 일대 85만여 m²에 파주캠퍼스를 조성하겠다”며 사업 신청서를 제출하자 곧바로 사업 승인을 내줬다. 유화선 파주시장은 오전 9시 서류가 접수되자 실무자들에 앞서 자신이 가장 먼저 시장 결재란에 서명했다. 도시관리계획 결정 및 관련기관 협의, 환경 교통 재해 등에 관한 영향 평가, 실시계획 인가 등 나머지 절차는 캠퍼스 조성 사업을 하면서 밟도록 했다. 15개월은 족히 걸릴 일을 불과 2시간 만에 끝내 준 것이다. 한국 행정사상 전례가 없는 초고속 서비스다. 그 신속함에 이화여대 측이 오히려 당황했다고 한다.

유 시장은 “인허가를 신청하는 민원인에게 시간은 돈”이라며 “쓸데없는 기회비용을 줄여주는 게 관(官)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흡사 광속(光速)시대와도 같은 요즘엔 가부(可否) 간 결정을 신속히 해주는 것이 공직자가 국민에게 할 수 있는 최상의 서비스라는 것이다.

공직 사회의 투명성이 강화되면서 뇌물수수 같은 범죄는 줄었지만 ‘규정’을 무기로 뚜렷한 이유 없이 처리를 늦춰 민원인들의 애를 태우는 공무원은 여전히 많다. 속도 경쟁력이 곧 국가 경쟁력이다. 규제개혁의 당위성만 강조할 뿐 늑장 행정을 바로잡을 의지도, 실천력도 없는 정부 당국자들은 파주시를 보고 느끼는 바가 있어야 한다.

기초자치단체의 결재 라인은 통상 담당자-팀장-과장-국장(단장)-부시장-시장의 여섯 단계로 이뤄진다. 유 시장은 이화여대 캠퍼스의 ‘선(先) 사업승인’이 나중에 문제가 될 경우 자신이 모든 책임을 진다는 뜻에서 부하 직원보다 먼저 서명하는 ‘하향식 결재’의 파격을 택했다. 현행 행정업무 처리 규정이 공무원들의 늑장 행정과 보신주의를 조장한 측면은 없는지 따져봐야 하는 숙제를 감사원에 안긴 셈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골프장 허가에 필요한 도장이 700여 개나 된다” “임기 안에 공단 하나 만들지 못하는 것 아닌지 걱정”이라며 온갖 규제가 촘촘히 얽혀 있는 현실을 개탄했다. 파주시는 결재권한의 하향 이양과 사전민원심의제 등을 통해 1년간 1200여 건의 개발 민원을 원스톱으로 처리했고 민원처리기간을 법정기한의 60%까지 단축했다. 어떤 민원이든 반드시 민원인의 편에 서서 생각하고 해결하려는 발상의 전환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명박 정부 규제개혁의 해법을 파주시가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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