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사대교는 아차산에 3.5km의 터널을 뚫고 강동구와 중랑구의 사가정길로 연결해 동부서울의 교통소통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요즘 이 다리를 놓고 강동구에서는 ‘암사대교’로, 구리시에서는 ‘구리대교’로 지역 이름을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으로 분분하다.
지금까지 한강 다리는 ‘올림픽대교’와 ‘월드컵대교’를 제외하고는 지역 이름 일색이다. 문화콘텐츠가 사회 주류를 선도하는 흐름에 맞춰 이제 한강의 다리 이름도 새 개념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새 다리를 고구려대교라고 하면 어떨까. 선사시대를 거쳐 삼국시대에 접어들면서 한강은 전략적 요충지였다. 특히 새로 건설하는 교량과 터널을 뚫는 아차산 일대는 고구려 장수왕이 남하정책을 펼치면서 한강 유역의 패권을 차지하며 곳곳에 보루성을 쌓고 160여 년간 군대가 주둔하면서 남한 지역 내 가장 많은 고구려 유물과 유적을 남겨 놓았다. 남한 최초로 발견된 ‘연화문와당’이 출토된 홍련봉 보루를 비롯한 17개의 보루가 확인됐고 수천 점의 토기, 철기류의 유물이 출토됐다. 광진구는 이러한 고구려 유적을 복원하고 출토된 유물을 체계적으로 전시할 ‘고구려역사문화관’ 건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고구려역사문화관과 연계해 새로 건설되는 다리 이름도 ‘암사대교, 구리대교’ 등 지역 이름을 붙일 것이 아니라 고구려의 웅대한 기상과 숨결을 느낄 수 있게 바꾸자. 동부서울의 관문이 될 ‘고구려대교’와 건립 추진 중인 ‘아차산 고구려역사문화관’을 동부서울의 랜드마크로 활용한다면 서울시가 발표한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와 연계돼 외국 관광객 유치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프랑스 파리의 ‘퐁네프’는 ‘새로운 다리’라는 뜻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센 강에서 가장 오래된 다리다. 우아한 교각에 갖가지 조각을 아로새긴 퐁네프는 16세기 말 30년에 걸쳐서 완공됐다고 한다. 이 다리는 영화 ‘퐁네프의 연인’으로 세계적 명소가 됐다.
세계의 도시 속에 강폭이 1km가 넘는 도시는 서울뿐이다. 이렇게 훌륭한 관광자원인 한강에 새로 건설하는 다리라도 단순한 지명이 아닌 역사적 의미를 담은 이름을 지어 후손들에게 물려줄 세계의 명소를 만들어 보자.
정송학 서울 광진구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