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다래(키위)를 직접 재배했고 다른 농민과 함께 한국참다래유통사업단이라는 ‘농민 주식회사’를 세워 대표를 맡았다. 한국농업CEO연합회장도 거쳤다. CEO 출신인 이명박 대통령이 그를 장관으로 발탁한 것도 이런 점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정 장관이 취임한 뒤 보여 주는 ‘농정(農政) 행보’도 과거의 장관과는 적잖은 차이가 있다.
그는 24일 열린 ‘농식품 소비지와 산지(産地) 상생협력 선포식’에서 “농산물을 많이 구입하는 유통업체를 선정해 구입자금을 빌려 주겠다”며 “기업을 ‘푸싱(pushing·밀어냄)’ 하지 않고 ‘풀링(pulling·끌어들임)’ 하겠다”고 말했다. 기업이 농민을 위해 돈을 쓰도록 유도하겠다는 뜻이다.
26일 전남 강진군수와의 화상(畵像)회의에서는 “성공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시군을 우선 지원할 것”이라며 지방자치단체 지원에도 경쟁 논리를 도입할 뜻을 분명히 했다. “경지면적은 한국과 비슷하지만 경작인구는 한국의 16분의 1 수준인 네덜란드를 모델로 삼은 ‘기업형 농가’를 키우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그의 뜻대로 일이 되려면 농가 구조조정이 필수적이다. 다만 농가 구조조정과 기업 구조조정은 차이가 많다는 점도 인식해야 할 것 같다.
농업이 아니면 생계조차 막막한 농민이 대다수다. 이 때문에 ‘경쟁과 도태’의 원칙이 자칫 농민들의 반발을 불러올 수도 있다. 지금까지의 농정이 농가의 성장보다 안정에 치우쳤던 한 이유이기도 하다. 변화에 거부감을 가진 관료조직이 이를 빌미로 개혁 대신 ‘안주’를 고집할 수도 있다.
정 장관의 출발은 일단 의욕적이다. 막대한 재정 투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경쟁력이 낮은 그동안의 농정 실패를 감안할 때 ‘정운천식 농정’의 큰 방향도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변수는 현실에서 부닥칠 수 있는 각종 암초를 얼마나 설득력 있게 극복하면서 추진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에 달려 있는 것 같다. 그가 ‘CEO형 농정 장관’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 내는 데 성공할 수 있을지, 아니면 결국 관료집단과 농업 이해단체에 휘둘리는 ‘그만그만한 장관’으로 주저앉을지 주목된다.
주성원 산업부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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