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권순택]GPS 휴대전화

  • 입력 2008년 3월 28일 03시 02분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은 지구 상공 약 2만200km를 돌고 있는 24개의 위성에서 송신하는 전파로 지상에 있는 사물의 위치를 파악하는 데 사용된다. 미국 국방부가 1960년대에 개발해 미사일 같은 무기 유도(誘導)와 병력 배치 등에 이용했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1983년 소련 상공에서 발생한 KAL 007기 피격 사건을 계기로 GPS를 민간용으로도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현재 GPS는 휴대전화, 내비게이션(길도우미), 측량, 지도 제작 등 민간용으로 더 널리 이용되고 있다.

▷경찰이 그제 아동 부녀자 실종 사건 치안대책을 발표하면서 모든 휴대전화에 위치 파악에 필요한 장치인 GPS 모듈을 의무적으로 장착(裝着)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실종자나 피랍자가 긴박한 상황에서 휴대전화로 범죄 신고용 전화 112에 연결만 하면 위치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 보급된 휴대전화 가운데 GPS 모듈이 장착된 것은 20% 정도다.

▷모든 휴대전화에 GPS 모듈을 장착하려면 6000억 원에서 최대 3조 원이 들어가는 만큼 국민에게 부담을 준다는 문제가 있다. 더 중요한 문제는 경찰이 GPS 휴대전화를 이용해 개인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게 된다면 개인 사생활과 인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경찰은 112로 신고했을 때에만 자동으로 GPS 시스템이 작동하게 한다면 인권을 침해할 소지는 없다고 하지만 충분히 믿음을 주지는 못한다.

▷현재 위치 정보의 보호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은 개인 위치 정보를 소방방재청과 해양경찰청만 이용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태풍 호우 화재 해상사고 같은 재난과 재해 때만 본인 동의 없이 개인 위치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경찰은 납치 실종을 비롯한 112 신고 때에도 개인 위치 정보를 이용할 수 있도록 법률을 고쳐야 한다는 쪽이다. 하지만 국회에 발의돼 있는 위치정보법 개정안 3건은 처리되지 않고 있다. 경찰의 위치 정보 악용 가능성이 한 이유다. 휴대전화 GPS 모듈 장착은 신변 보호상 필요를 느끼는 사람부터 하고, 경찰은 그 효과를 구체적 사례로 입증하는 노력을 하는 게 어떨까.

권순택 논설위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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