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부가 추진할 핵심적인 정책 가운데는 국회에서의 법률 제정 또는 개정이 선행돼야 할 내용이 많을 것이다. 국회가 잘하면 국민에게 좋은 정책은 시의적절하게 실행될 수 있는 반면, 나쁜 정책은 잘 걸러질 수 있다. 국회가 잘못하면 좋은 정책은 실기(失機)하고, 나쁜 정책은 남발될 수도 있다. 그래서 4·9총선의 의미가 무겁고, 유권자의 투표 책임도 무겁다.
여당에 안정 의석을 줄 것인가, 아니면 야당에 견제 의석을 줄 것인가. 그 선택은 전적으로 유권자들의 몫이다. 국회가 이 정부의 국정 운영을 돕도록 해야 민생과 국운에 희망이 커진다고 보는 유권자도 있고, 국회가 이 정부를 견제하도록 힘을 실어줘야 국민에게 더 득이 될 것으로 보는 유권자도 있을 것이다. 어떤 경우든 2004년 17대 총선 때 대통령 탄핵의 역풍에 휩쓸려 ‘탄돌이 국회’를 만들었던 전철은 밟지 않아야 한다.
당시를 되돌아보면 비이성적인 탄핵 역풍 속에 많은 유권자들이 총선 후보자에 대한 최소한의 자질검증도 없이 투표했고, 그 결과 ‘탄돌이’들이 양산돼 17대 국회는 민생이 실종되고 아마추어리즘과 낡은 이념이 판친 ‘무능·퇴행 국회’로 전락하고 말았다. 입법능력도 떨어져 17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 폐회와 함께 자동 폐기된 3200여 건의 법률안 중 약 3000건이 의원입법안이었다. 이석연 법제처장은 어제 학교용지부담금환급 특별법을 예로 들며 “무책임한 의원입법은 정부와 국민에 엄청난 부담을 준다”고 했다. 그뿐 아니라 21세기 국운 개척의 토대가 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 처리는 끝내 미루어지고 말았다.
유권자가 정치를 바꾸고 결국 민생도 바꾼다. 12일 앞으로 다가온 총선에서 최선이 아니면 차선이라도 뽑아 생산적인 국회, 국민에게 기여하는 정치를 이끌어내야 할 주체는 유권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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