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냉동실에 넣어둔 아이스크림이 흐물흐물하게 녹아 있었다. 나물도 상해 버렸다. 구입한 지 2년이 안된 냉장고였는데…. 곧바로 제조사의 서비스센터에 신고했다.
박 씨의 집을 방문한 서비스센터의 전동배 과장이 검사하기 위해 냉동실 문을 열었다. 검정 비닐에 싸인 냉동식품 몇 개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냉동실을 가득 채운 음식물 때문에 냉기표출구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상태였다. 차가운 바람을 냉장고로 보내는 냉동실부터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냉장고 효율이 당연히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점검 결과 제품 자체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는 냉장고 뒤편의 응축기 주변을 깨끗하게 청소했다. 응축기에 낀 먼지가 모터의 열 방출을 막으면 에너지 효율이 크게 떨어진다.
전 과장은 “냉장고 안팎의 온도 차가 심한 여름에 이런 신고가 종종 들어온다”고 말했다.
그는 박 씨에게 “음식물을 60∼70% 채워서 사용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너무 많이 넣으면 문이 꽉 닫히지 않아 전기가 새는 경우가 많다는 말도 덧붙였다.
가전제품 제조업체에 따르면 냉장고에 음식물을 10% 더 채울 때마다 전기 소비량은 3.6% 증가한다.
전국의 모든 가정이 10%씩 내용물을 줄일 경우 절감할 수 있는 전력은 26만6112MWh. 돈으로 환산하면 290억 원가량이다.
냉장고 사용시 에너지 절약 효과 | |
절약 방법 | 기대 비용 |
문 열기 1일 4회씩 줄일 때 | 114억 원 |
통풍 잘 되도록 설치할 때 | 794억 원 |
냉장고 뒤편 응축기 주변 먼지 제거할 때 | 517억 원 |
전국 냉장고 보급대수 1600만 대, 1Kwh당 110원으로 계산. 자료 : 에너지관리공단, 대우일렉 |
냉장고 문을 여는 횟수도 줄이는 게 좋다. 하루에 4회만 문을 덜 열면 전기를 0.35% 줄일 수 있다.
홈바가 부착된 냉장고는 문을 여는 대신 홈바를 이용하면 약 6%의 에너지를 아낄 수 있다.
전 과장은 “열이 제대로 방출되도록 냉장고를 설치할 때 뒷벽과 10cm 이상 띄우고, 봄맞이 대청소 때 냉장고 뒤의 먼지를 없애기만 해도 상당한 에너지 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LG전자 홍보팀의 나주영 대리는 “냉장고를 구입할 때 에너지효율 1등급 제품을 선택하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절약 강좌… 사무실 통합… 소모품 아껴쓰기…▼
은행도 비용절감 바람
최근 원유 등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에너지 절약 캠페인이 사회적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시중 은행들도 소모성 경비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신한은행은 27일 서울 중구 태평로 본점에서 ‘짠돌이 경영’으로 유명한 일본 미라이공업 창업자 야마다 아키오 씨를 초청해 강연회를 열었다.
야마다 씨는 강연에서 △서류봉투 10번 이상 재활용 △50장 이상 복사는 윤전기 사용 △야근할 때 쓴 전기요금은 야근자가 부담 △여름 에어컨 설정온도 27도로 맞추기 등 구체적인 절약 방법을 소개했다.
신한은행은 최근 서울 중구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 건물에 있던 정보기술(IT) 본부를 본점으로 옮기는 등 비용 절감 노력을 벌이고 있다.
국민은행은 이달 초부터 전사적으로 ‘작은 실천 내가 먼저’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계산해 보니 절전, 종이컵 줄이기, 불필요한 문서 감축, 사은품 일괄 구매 등을 통해 연말까지 약 105억 원을 절약할 수 있는 것으로 나왔다”고 밝혔다.
우리금융그룹 박병원 회장은 지난주 전 직원 2만3000여 명에게 소모성 경비 절감 운동을 전개한다는 내용의 e메일을 보냈다.
한국씨티은행은 전 세계적 에너지절약 캠페인인 ‘지구의 시간’ 행사에 동참해 29일 오후 8시부터 1시간 동안 사무실 전등과 간판 조명 등을 끈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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