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에서는 개인연금, 기업연금으로 조성된 자금들이 펀드를 이용해 투자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래서 펀드산업은 한국보다 훨씬 더 규모가 크고 성장률도 높다.
국내 중년층도 노후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열심히 적립식 펀드투자를 하고 있다. 하지만 세제 혜택과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적립식 펀드투자가 선진국처럼 늘어나기엔 역부족인 것으로 보인다. 세계에서 고령화가 가장 빨리 진행되는 상황에서 우리 국민이 노후자금을 충분하게 마련하지 못하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며칠 전 한 증권사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소득이 높은 중상위층조차 노후 준비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말 5대 도시에 거주하는 월 소득 및 금융자산 보유 상위 40% 이내의 응답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노후자금 마련이 ‘계획보다 뒤처져 있다’고 답한 응답자가 전체의 52%였다. 노후 준비에 ‘매우 자신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20%에 불과했다.
즉 국민 대다수가 자산이 많든 적든 노후 준비에 대해 자신감이 별로 없는 상황이다.
개인연금이 방치돼 있고 퇴직연금은 겨우 60만 명의 가입자에, 자산규모는 3조 원밖에 안 된다. 퇴직연금은 1년에 적어도 20조∼30조 원씩 쌓여 가고 이런 자금들이 장기간 주식과 같은 고수익 자산에 적극적으로 투자돼 장차 고갈의 위기를 맞이할 국민연금을 대체해 줘야 한다.
세계 여러 나라를 가 봐도 우리들처럼 노후 준비에 소홀한 곳은 드물다. 부모가 자식에게 천문학적인 교육비를 지출하고 자녀 결혼 때 집까지 마련해 주는 곳은 한국밖에 없다.
이제 자녀교육에 지나치게 얽매인 삶을 정리하고 행복한 노후를 맞을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펀드투자는 은퇴 시점까지 수십 년 계속해야 하는 가장 효율적인 노후 준비 방법이다.
평소 경제성장률이 높은 신흥시장 주식에 투자하고, 요즘처럼 주가가 하락해 저평가됐을 때에는 투자를 늘려야 한다. 앞으로 20∼30년 후에 노후자금을 찾아서 쓸 때까지 투자는 지속돼야 한다.
새 정부가 한국의 성장률을 높이기 위해 각종 규제 완화를 추진하고 있다. 펀드산업에서 규제 완화의 요체는 연금제도의 활성화가 돼야 하며 우리 국민이 노후자금을 충분하게 마련할 수 있도록 하는 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우재룡 한국펀드평가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