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구를 위해 잠실을 찾은 김연아를 보기 위해 정진호 수석코치 이하 LG 코치진은 “언제와?”, “왔어?”라며 도착을 오매불망 기다렸다. 근엄한 양상문 투수코치조차 김연아의 시구 교사를 자청하고 나섰다. 김재박 감독은 “재활은 잘 되느냐”라며 김연아의 근황까지 꿰뚫고 있었다. 또 일본 후지 TV의 ‘프리미어 A’란 2시간짜리 방송은 김연아 특집을 촬영하러 오기도 했다.
“감기에 걸렸다”는 김연아는 청바지에 캐주얼 차림으로 등장해 LG의 1번 유니폼 상의를 겹쳐 입고, 양 코치 지도 아래 투구 교습을 받았다.
실제 시구에서도 김연아는 “실제 마운드에 서니 떨려서 연습처럼 안 됐다”라고 했지만 ‘낙차 큰 커브’를 무리없이 포수 미트에 집어넣었다. 김연아는 약 2년 전 현대 유니콘스의 시구를 경험한 바 있다.
이런 핸디캡(?)에도 김연아는 이효리를 제치고 LG의 시구자로 낙점받았다는 후문이다. 당초 이효리 측에서 “LG의 홈 개막전 시구를 하고 싶다”란 메시지를 넣었으나 LG는 이효리가 경쟁사인 삼성의 휴대전화 모델인 점을 감안해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교롭게도 이효리는 LG의 잠실 라이벌인 두산의 소주 ‘처음처럼’ 모델이기도 하다.
결국 이 때문에 시구의 영예를 놓친 이효리는 잠실구장 본부석에서 관중 신분으로 김연아의 시구와 LG-삼성전을 관람할 수밖에 없었다. 한편, 김연아의 시구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구본준 LG 구단주는 노트북컴퓨터를 선물했다.
(사진설명=피겨요정 김연아(오른쪽)가 LG의 잠실 개막전 시구를 맡은 반면 시구를 원했던 가수 이효리(왼쪽)은 경쟁사의 모델이라는 이유로 LG구단이 거절 의사를 밝혀 관중석에 경기를 지켜봤다.연합)
잠실=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