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로 국유지를 위탁 개발한 시범사업인 서울 중구 ‘나라키움 저동빌딩’(옛 남대문세무서)이 21일 민간 기업 등을 대상으로 첫 입주의향서를 받는다.
서울 백병원 뒤 옛 남대문세무서의 3층짜리 낡은 건물을 철거하고 지은 지하 4층, 지상 15층 규모의 이 빌딩은 정부기관과 민간 기업이 함께 입주하는 민관복합시설.
7월 준공을 앞두고 민간 기업을 대상으로 사무실 임대에 나선 것이다.
이곳을 위탁 개발한 한국자산관리공사 측은 “현재 외국계 은행과 패션기업 등 6곳이 입주를 타진하는 등 반응이 좋은 편”이라며 “도심에 있고 공원도 인접해 예상보다 높은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국유(國有) 자산이 ‘황금 알을 낳는 자산’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정부는 국유지 개발을 확대하고 민간의 자산개발 방식을 도입하는 등 국유 자산의 수익성 극대화를 위해 본격 나설 예정이다. 국유 자산의 효율적인 운영을 통해 국가의 수입이 늘면 정부는 그만큼 세금을 깎아줄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
○ 장부가 4배로 껑충… 정부기관-민간기업 함께 입주
남대문세무서의 이 땅은 4290㎡인데 연건평은 1947㎡로 용적률이 57%였다. 이 지역은 허용 용적률이 600%로 법적 한도의 9.5%만 사용하고 있었던 것.
옛 기획예산처가 2000년경부터 “만약 민간인이 이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 해도 이렇게 비효율적으로 운용하겠느냐”고 문제를 제기하면서 ‘국유지 위탁개발 사업 1호’로 개발이 시작됐다. 또 민간 기업과 정부기관이 함께 입주하는 민관복합시설로 위탁 개발된 국유지는 옛 남대문세무서 터가 처음이다.
7일 자산관리공사에 따르면 ‘나라키움 저동빌딩’은 국세청과 남대문세무서가 들어서는 공간을 제외한 7∼14층에 민간 기업을 입주시킬 예정이다. 지상 1층과 15층은 은행 음식점 커피숍 등이 들어선다.
자산관리공사 관계자는 “건물이 완공되면 장부가액만 이전 200억여 원에서 820억 원으로 4배 이상으로 뛸 것으로 전망된다”며 “주변 건물 임대료 시세(3.3m²당 7만 원)를 감안하면 최소 연간 44억 원 정도의 임대수익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 민간 분양 허용 법 개정 추진… 국유지 개발 탄력 받을 듯
정부는 2005년부터 남대문세무서 터처럼 국가가 소유한 도심의 ‘금싸라기’ 땅이나 노후 건물에 대한 개발을 추진해 현재 자산관리공사가 9곳의 국유지를 위탁 개발하고 있다. 이 중 서울 금천구 가산동, 경기 시흥시 정왕동과 성남시 수진동 등 3곳의 국유지는 의류상가 등 근린 상업시설로 개발돼 모두 임대됐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현재 2, 3건의 국유지를 추가 개발하기 위해 심사 중”이라고 말했다.
재정부는 또 국유재산법을 개정해 위탁 개발된 국유지를 민간에 매각해 분양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현재는 국유지를 위탁 개발하더라도 민간 분양은 할 수 없으며 반드시 임대해 투자비를 회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이 개정되면 투자비 회수 방안이 다양해져 국유지 개발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자산관리공사는 이를 위해 지난주 국유재산법 개정을 위한 태스크포스를 신설했다.
박용 기자 parky@donga.com
국유지 위탁개발 사업 현황 | |||
연도 | 개발 대상 | 추진 내용 | 개발 유형 및 시기 |
2005년 | 서울 중구 저동 남대문세무서 터 | 민관복합시설로 개발 | 민관복합시설형 (2008년 7월 준공 예정) |
서울 금천구 가산동 | 노후 건물을 의류 상가로 개발하고 민간에 임대 | 근린상업시설형 (2005년 12월 준공) | |
대전 월평동 | 장기간 미활용된 국유지를 3개 부처, 9개 정부기관이 입주하는 첨단공공복합청사로 개발 | 공공복합청사형 (2009년 준공 예정) | |
2006년 | 경기 성남시 수진동, 시흥시 정왕동 등 2곳 | 근린상업시설로 개발해 민간에 임대 | 근린상업시설형 (2007년 7월 준공) |
2007년 | 서울 강남구 논현동 및 대치동, 성북구 정릉동 등 4곳 | 세금 대신 납부한 4곳의 소규모 단독주택을 상가주택 등으로 재건축해 민간에 임대할 예정 | 상가주택형 (2007년 2월 사업계획 승인) |
자료: 기획재정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