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물 외벽 단열재 역할
냉방전력 30% 감소 효과도
광주 서구 쌍촌동에 위치한 ㈜광주공간건축사무소는 지난해 4월 사무실 외벽을 창문만 빼고 담쟁이 등 넝쿨 식물로 녹화하는 공사를 했다.
보통 석재나 시멘트로 마감하는 공간을 자동급수 시스템을 갖춘 담쟁이 넝쿨로 채운 덕분에 유난히 무더웠던 지난해 여름을 예년보다 조금은 수월하게 보냈다.
이 회사 조성호 소장은 “쉽게 달궈졌다가 식어버리는 석재 대신 축열성이 있는 식물로 외벽을 감싸 여름철 실내 온도가 2, 3도는 낮아진 것 같다”며 “냉방 에너지를 아끼고 녹색이 주는 정서적 안정 효과도 얻을 수 있어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이 건물은 외벽을 녹화한 친환경성과 수려한 미관 등을 인정받아 지난해 광주시 건축대상을 받았다.
건축물의 외벽을 녹화하면 식물이 태양의 직사광선을 흡수할 뿐 아니라 증산작용의 효과로 잎 뒤면 기공을 통해 수분이 배출돼 실내 온도 상승이 억제된다.
특히 증산작용은 햇볕이 강해지고 온도가 높아질수록 활발해지기 때문에 에너지 절약 효과는 배가된다.
시공방법과 식물의 종류 등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여름철 한낮에 녹화하지 않은 벽면보다 온도가 섭씨 2, 3도 낮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여름 냉방 온도를 섭씨 28도로 유지했을 때 냉방 전력을 평균 30%까지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반면 새벽에 이뤄진 온도 측정 실험에서는 녹화 벽면이 비녹화 벽면에 비해 1도가량 표면온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나 난방 에너지를 절약하는 효과도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건축물의 벽면을 녹화하면 식물이 산성비와 자외선을 흡수해 콘크리트 벽면에 균열이 생기거나 침식되는 것을 막아준다.
이에 따라 일본과 독일 등 환경 선진국에서는 벽면 녹화에 대한 연구 성과가 축적돼 다양한 공법이 개발, 보급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벽면 녹화가 사무실이나 주택보다는 터널입구 옹벽 담장 방음벽 위주로 진행돼 에너지 절약과 연계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서울시 조경과 관계자는 “벽면 녹화는 옥상 녹화와 함께 에너지를 절약하고 열섬 현상을 막아주는 효과적인 방법”이라며 “녹화된 벽면을 녹지면적으로 인정해 주는 생태면적률 제도가 정착되면 벽면 녹화가 더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정열 기자 passi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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