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다인종(多人種) 국가여서 사회질서 유지를 위해 엄격한 법치(法治)가 필요했을 것이다. 운전면허시험에도 ‘왜 과속은 안 되는가’라는 문제가 나오면 ‘교통사고의 위험이 높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이 법이기 때문’이 정답이 되는 나라다. 이웃집 개가 시끄럽다고, 학교에서 급식을 제대로 안 준다고 일일이 법을 동원한다. 연예인들의 손해배상 소송도 비일비재하다. 재미동포들도 ‘수(sue·소송을 건다는 뜻)를 한다’는 말을 흔히 할 정도니 변호사 수요가 많을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도 4월에 변호사 수가 1만 명을 넘었다. 대한제국 시절인 1906년 3명을 처음 배출한 이후 102년 만이다. 1970년대만 해도 한 해에 몇 십 명 정도였던 사법시험 합격자가 1980년대 들어 300명으로 훌쩍 뛴 뒤 매년 1000명 시대로 접어들면서 급증하기 시작했다. 전체 변호사 수가 1981년 불과 1000명에서 2002년 5000명으로 늘었고, 다시 6년 만에 1만 명 시대를 맞았다. 2012년부터 로스쿨이 매년 2000명씩을 배출하면 2015년엔 2만 명 시대가 된다.
▷변호사 수가 늘면 그만큼 적은 비용으로 질 높은 서비스를 받고, 좀 더 쉽게 변호사를 만날 수 있어야 정상이다. 과연 그렇게 될까. 부정적인 전망도 적지 않다. 로스쿨 출신자 양산(量産)이 변호사 평균 수준을 크게 낮출 것이다, 사고 현장과 응급실 등을 쫓아다니며 소송을 부추기는 ‘앰뷸런스 변호사’가 많아져 남소(濫訴) 등 폐해를 낳을 것이다, 변호사가 서울 등 대도시에만 몰려 무변촌(無辯村) 문제는 여전히 남을 것이다 등등의 우려가 나온다. 변호사 1만 명 시대가 달갑지만은 않다.
육정수 논설위원 soo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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