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회장은 식사를 하면서 전날 청와대에서 열린 민관합동회의를 화제로 올렸습니다.
"현재 송전소에서 공장까지 잇는 송전시설을 기업이 설치하도록 돼 있는데 송전탑을 설치하는데 필요한 토지를 기업이 직접 매입하려면 땅 주인의 태도가 달라지는 등 고생이 심해요. 대통령에게 개선책을 건의했습니다."
"제2롯데월드 관련 서울공항 고도제한 문제와 관련해 어느 장관이 이 대통령에게 검토하겠다고 대답했다가 '18년 동안 똑같은 대답을 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어요."
조 회장의 설명이 이어지는 동안 참석 기업인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을 나타냈습니다.
이구택 포스코 회장은 "광양제철소의 한 송전탑을 옮기는데 6년이나 걸리더군요"라며 현장에서 느끼는 답답함을 소개했습니다.
한 참석자는 "요즘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님트 (NIMT·Not In My Term)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답니다"라고 꼬집었습니다. 님트는 '내 임기 중에는 책임질 민감한 결정을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공무원들의 몸 사리기 풍토를 나타내는 말입니다.
이들의 주장을 요약하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대통령이 노력하고 있지만 현장에서의 체감 온도는 여전히 낮다는 진단입니다.
물론 희망은 커지고 있습니다. 조 회장은 한국경제를 진단해 달라는 기자의 질문에 "지금까지 일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일하다 이제 살아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강덕수 STX그룹 회장도 "시간이 걸리겠지만 정부가 지금 기조대로 계속 나가면 해외에 나갔던 한국 기업들도 'U턴'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그러나 앞서가는 일본과 추격하는 중국 사이에서 살아남으려면 변화의 속도가 문제라는 게 기업인들의 지적입니다. 우리가 뛰는 동안 중국은 날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관료 사회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이른바 '님트'라는 용어를 사라지게 할 방안은 없는지, 고민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베이징에서>
배극인기자(산업부)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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