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학 支援, 될성부른 나무부터 키워야

새 정부가 새로 벌이는 대학 지원 사업의 윤곽이 드러났다. 어제 교육과학기술부는 향후 5년간 모두 8250억 원을 들여 ‘세계 수준의 선도대학 육성사업’을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국내 대학들이 해외 학자들을 초빙하는데 들어가는 인건비와 연구비를 지원해 대학경쟁력을 높이려는 것이다. 그러나 소수의 우수 대학을 집중 지원하겠다던 당초 계획이 후퇴하면서 사업의 실효성(實效性)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 사업은 원래 10개 대학을 집중 지원해 2012년까지 세계 200위권 안에 진입시키도록 돼 있었으나 실제 발표에선 삭제되고 지원 기준도 완화됐다. 다른 대학의 반발을 의식한 것이겠지만 지원 대상이 늘어나면 학교당 지원금이 줄면서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

대학 개혁에서 ‘선택과 집중’ 전략은 세계적 추세다. 중국은 1993년 중국 내 1900여 개 대학 가운데 100개 대학을 중점 대학으로 선정해 지원했다. 이와 별도로 1998년 미국 하버드대 수준의 세계적인 대학을 육성하겠다며 따로 38개 대학을 지원하고 있다. 독일은 365개 대학 가운데 2006년 3개 대학, 2007년 6개 대학을 ‘엘리트대학’으로 뽑아 총 19억 유로(약 3조 원)를 지원하고 있다.

김대중 정부 시절 대학 지원 사업인 ‘두뇌 한국(BK)사업’과 노무현 정부의 지방대학 지원 사업인 ‘누리사업’은 지원금 골고루 나눠 주기라는 비판을 받았다. 다른 나라들이 우선적으로 ‘될성부른 나무’를 골라 경쟁력 키우기에 공을 들이는 동안 한국은 나눠 먹기로 간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은 국내총생산(GDP)의 평균 1.1%를 대학에 지원하고 있으나 한국은 0.6%밖에 안 된다. 이번 사업에서 10개 대학을 지원한다고 해도 한 대학에 돌아가는 지원금은 연간 165억 원에 불과하다. 이 정도 돈으로 세계적인 대학을 키울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나마도 ‘누구는 주고 누구는 안 주느냐’는 반발에 밀려 부스러기식으로 나눠 주면 무슨 효과를 기대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