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선진당의 이회창 총재도 “국민 건강을 고려하지 않고 검역주권을 포기한 것 같은 협상이다. 쇠고기 때문에 FTA가 늦어진다면 할 수 없는 일”이라며 ‘문제는 쇠고기야!’ 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자유선진당은 쇠고기 협상이 타결된 지난달 18일 이후 반대 성명과 대변인 논평을 민주노동당(7차례)의 두 배 이상인 무려 15차례나 냈다. 이대로 가다간 18대 국회가 개원(開院)해도 한미 FTA 비준 동의안 처리가 장기 표류할 것 같은 분위기다.
한미 관계에서 쇠고기 협상과 한미 FTA가 ‘패키지’처럼 다뤄지고 있는 현실을 부인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미국 의회는 ‘쇠고기 시장을 열지 않으면 FTA 비준 동의도 없다’는 태도를 굽히지 않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한미 FTA 협상을 타결지으면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와 관련해 “국제수역사무국(OIE) 결정이 내려지면 국제기준을 따르겠다”고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에 맞춰 그 약속을 이행했다.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에 의해 동물검역에 관한 국제기준을 수립하는 국제기관으로 공인된 OIE는 이 문제에서 최고의 권위를 지니고 있다.
손 대표와 이 총재는, 국가 장래에 대해 책임을 느끼는 지도자라면, 쇠고기 협상과 FTA 그리고 대한민국의 국익을 놓고 보다 거시적이고 미래지향적으로 성찰하기 바란다. 이 총재는 세 번이나 대선에 출마했고, 손 대표 역시 국회 다수당의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섰던 정치지도자다. 당리당략(黨利黨略)에 눈이 어두워 국익을 외면해선 안 된다. 눈앞의 여론, 그것도 ‘괴담’ 수준의 비이성적 여론에 편승한다면 공당(公黨)의 지도자라고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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