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돋보기]해외진출 건설사 자재값 폭등에 초비상

  • 입력 2008년 5월 7일 02시 54분


지난달 28일 카타르 라스 라판 산업단지의 천연가스액화정제시설(GTL) 공사 현장. 한증막 같은 열기와 모래 먼지 속에서 현대건설 이종수 사장은 “카타르에서 20억6791만 달러의 복합화력발전소 공사를 수주해 해외건설 부문에서 누적 수주 600억 달러를 달성했다”며 해외건설에 대한 강한 자부심을 내비쳤다.

해외건설 수주액의 약 23%를 차지하는 현대건설뿐 아니라 국내 건설업체 상당수가 중동, 동남아시아 등에서 연일 해외건설에 대한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해외 수주 소식으로 해당 기업의 주가도 출렁인다.

하지만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카타르 등에서 만난 현장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어려움을 호소했다. 특히 국내 업체가 많이 진출한 두바이에서는 인플레에 따른 임금 인상 요구와 원자재 가격 폭등으로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다는 것. 현대건설 두바이 제베알리 담수공사 현장의 김시의 부장은 “2005, 2006년에는 월 1200∼1300달러를 주면 인도, 필리핀의 중급 기술자를 고용할 수 있었지만 최근 재계약을 앞두고 2배 이상의 임금을 요구해 어려움이 많다”고 털어놨다. 몇몇 공사현장에서는 방글라데시, 네팔 출신 근로자들이 파업에 나서기도 했다.

최근 철근 가격이 1년 사이에 3∼4배 이상 뛰었지만 공사비에 전혀 반영되지 않은 것도 큰 고민거리.

김 부장은 “두바이 현지의 대형건설업체인 ‘라킬’도 최근 아파트 분양에 나섰다가 원자재 가격 폭등으로 사업을 포기했다”며 “두바이에 진출한 한국 업체들도 속으로만 끙끙 앓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인플레가 13.74%에 이르는 카타르 역시 사정은 비슷했다.

현장에서 만난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국내 건설사들이 기본설계 분야를 강화해 고부가가치 공사를 수주하고, 리스크 관리를 철저히 하지 않는 한 몇 년 뒤에 여기저기서 ‘곡소리’를 들을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국내 주택 경기 위축으로 해외 진출에 나서려는 중견 업체들은 해외건설 현장의 속사정을 곰곰이 따져 볼 시점이다.

두바이·카타르=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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