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투자는 중소 IT기업들과 협력관계를 맺겠다는 것이어서 의미가 더 크다. 차량IT는 다른 차량에도 부착할 수 있는 개방형 시스템이고 글로벌게임허브가 개발하려는 것은 한국형 온라인게임과 미국 유럽형 콘솔게임에 두루 사용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한국시장뿐 아니라 글로벌 마켓을 겨냥한 것이다. ‘벤처 생태계’와 글로벌 마켓을 강조하는 게이츠 회장다운 투자다.
게이츠 회장은 “현재 우리는 ‘제2의 디지털시대’를 맞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새로운 변화의 흐름에 적응해 성공하려면 투자와 기술, 아이디어, 인적자원, 네트워크가 필수적이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다만 한국이 지난 10년간 초고속인터넷, 온라인게임에서 개척자 역할을 했지만 ‘제2의 디지털시대’에도 성공적이라는 보장은 없다.
2000년대 초반 ‘반짝 닷컴 붐’ 이후 한국의 IT업계는 오랜 조정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창업이 부진하니 벤처투자도 빈약하고 다시 창업이 힘들어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신설 IT법인은 2005년 3941개, 2006년 3842개, 작년 3380개로 감소했다. IT창업투자업체는 2002년 438개에서 작년엔 246개로 줄었다. 또 새로 시작하는 업체보다는 기업공개를 앞둔 안정적인 기업에 투자하려는 경향이다. IT업계가 혁신정신과 자신감을 잃어버린 탓이 크다. 모험심과 기업가정신을 회복하지 못하면 게이츠 회장이 예고하는 ‘제2의 디지털시대’는 우리에게 축복이 아니라 가혹한 시련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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