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광우병 부풀리기 방송, 진짜 의도 뭔가

  • 입력 2008년 5월 8일 22시 48분


아이가 엄마에게 쇠고기가 먹고 싶다고 하자 목에 ‘광우병’ 팻말을 단 소를 타고 이명박 대통령이 나타난다. 곧 “(미친 소 위에서) 잘 버티는군요”라는 해설, 그리고 “질 좋은 고기 먹고 힘내세요. 하지만 병에 걸리면 책임 못 진다는 거” 하고 껄껄 웃는 대통령의 말이 나온다. KBS2 TV는 지난달 21일 ‘생방송 시사 투나잇’ 프로에 이런 내용을 내보냈다.

MBC의 ‘생방송 오늘아침’은 2일 광우병 의심 환자 영상과 함께 “국민들한테 그런 거 먹고 죽으라는 말”이라고 항의하는 시청자 인터뷰를 내보냈다. ‘대한민국 국민은 광우병 마루타입니다’ 같은 촛불 시위 피켓과 함께 리포터가 “광우병은 후추 한 알만큼만 먹어도 걸리는 무서운 병”이라고 말한다. 모두 인터넷에 떠도는 괴담과 일치한다.

광우병 괴담을 증폭시킨 MBC PD수첩의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지난달 29일 방영)에 나온 ‘소 도축장 동영상’은 미국 동물보호단체 휴메인 소사이어티(Humane Society)가 일어서지 못하는 소를 도축하기 위해 강제로 일으켜 세우는 것을 찍은 동물 학대 고발 내용이었다. 그럼에도 MBC는 광우병 의심 증세로 사망한 미국여성의 사연과 함께 내보내 광우병 공포감을 조장했다. 지난달 30일 KBS2 ‘생방송 세상의 아침’ 진행자는 “광우병 원인물질 프리온은 섭씨 600도가 넘는 고온에도 파괴되지 않는다”고 했지만 사실과 다른 것으로 판명됐다. 이런 방송을 공영방송이라고 해야 하나.

흑색선전이나 다름없는 이런 보도로 우리나라는 지금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치르고 있다. 이성적인 토론과 검증은 사라지고 온갖 거짓과 유언비어가 판을 친다. 경위를 따져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 바른사회시민회의 등 14개 시민단체는 어제 KBS와 MBC의 보도에 대해 감사원에 감사 청구를 추진키로 했다. 한승수 국무총리도 국회에서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지만 때늦은 감마저 있다.

MBC나 KBS가 새 정부에 의한 민영화와 방송구조 개편을 막기 위해 정권 무력화(無力化)를 기도하고 있다는 말도 나돈다. 사실이라면 공영방송으로서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한 것이나 다를 바 없다.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최소한의 방송윤리마저 팽개치는 행태는 방송개혁의 당위성을 확인시켜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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