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세형]학부모의 촛불집회 걱정이 잘못인가

  • 입력 2008년 5월 12일 03시 01분


6일과 7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에는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학사모)’ 회원들이 ‘학부모 안전 감시단’을 꾸려 중고교생들을 지도했다.

이들은 촛불집회에 참석하려는 중고교생들과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둘러싼 쟁점에 대해 즉석 토론을 벌였다. 또 집회 참석보다는 관련된 공부를 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귀가를 유도했다.

▶본보 8일자 A12면 참조

▶ “아이들 쇠고기 지식 너무 단편적…”

‘학부모 안전 감시단’의 이 같은 활동이 동아일보에 보도된 뒤 학사모의 인터넷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왜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찬성하느냐’, ‘왜 중고교생들의 자발적인 참석을 막느냐’는 비난 글이 줄을 이었다.

기자에게도 비슷한 내용의 e메일이 왔다.

감시단 활동을 한 학부모들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무조건 찬성하는 건 아니라고 했다.

촛불집회 현장이 위험하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집회에 자발적으로 참석한 중고교생들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도 이들 학부모가 집회에 참석한 중고교생들을 귀가시키려고 한 것은 변질된 집회 현장 분위기 때문이었다.

당시 촛불집회에서는 ‘한나라당을 몰아내자’와 같은 미국산 쇠고기와는 상관없는 정치 구호가 여러 차례 터져 나왔다.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들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대통령과 정부를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내용의 피켓도 곳곳에서 보였다.

현장에서 학생들과 토론을 벌인 학부모들은 “집회에 참석한 중고교생 중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해 제대로 된 정보를 알고 있는 경우는 드물었다”며 “상당수는 학교에서 관련 공부를 한 적도 없고, 인터넷을 통해서만 정보를 얻고 있었다”고 말했다.

사회심리 전문가들은 “촛불집회에 참석하는 학생들의 심리는 일명 ‘오빠부대’와 비슷하다”며 “감성적인 청소년들이 연예인에게 빠지듯 광우병이란 이슈에 빠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정치적 구호가 난무하는 집회 현장에선 성인이라도 합리적인 판단을 하기가 어렵다. 집회 주제에 대한 사전 정보나 정확한 이해가 부족하다면 더더욱 그렇다.

따라서 우리 청소년들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정보를 토대로 한 학교 교육이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찬반 의사를 표명하거나 집회에 참석하는 것은 그 다음 문제다.

이세형 사회부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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