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일 포항에서 화물연대가 파업에 돌입했으나 노 대통령이 심각성에 대해 보고를 받은 것은 사흘 후였다. 그만큼 정부는 무감각했다. 대통령이 급히 대책 마련을 지시했지만 청와대나 정부는 누가 주무를 맡아야 할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했다. 부처간 책임 떠넘기기도 극심했다. 그러는 사이 파업은 전국으로 확대됐고 물류 마비로 피해가 속출했다. 대통령이 참모와 관계 부처들을 질책하고 총리가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결국 15일 정부가 화물연대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하면서 파업은 끝났다.
사태의 성격만 다를 뿐이지 5년 전이나 지금이나 청와대와 정부의 안일한 인식, 뒷북치기 식의 무능한 대응이 신기할 정도로 똑같지 않은가. 둘 다 정부 출범 두 달을 갓 넘긴 시기에 맞은 일이니 ‘신고식 한 번 호되게 치렀다’고 너그럽게 봐줄 수도 있다. 그러나 국정 운영에는 훈련이란 있을 수 없다.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실제 상황과 맞닥뜨릴 뿐이다. 결국 노, 이 두 정부는 실제 상황 대처 능력이 부족해 화를 자초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노무현 청와대는 국정 경험이 없는 386세대와 학자 출신들로 대부분 구성돼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수가 없었다. 파업 와중에 방미(訪美)한 노 대통령이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새벽에 직접 청와대에 전화를 걸었으나 당직자들이 잠을 자느라 전화를 받지 못했을 정도로 기강이 엉망이었다. 이명박 청와대도 별반 나은 게 없다. 참모들은 만날 ‘바쁘다’는 말을 입에 달고 다녔지만 정작 광우병 괴담이 횡횡할 때는 천하태평이었다. 그런 일을 제대로 다룰 만한 사람과 조직도 없었다.
사람이 문제라면 위기 상황이 닥쳤을 때 가동할 시스템과 매뉴얼이라도 갖춰져 있어야 하는데 두 정부 모두 그런 것조차 없었다. 정부 부처들이 알아서 모든 일을 척척 처리해주면 좋으련만 그럴 태세도, 능력도 없었다.
어느 조직이든 리더의 실력은 위기 때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법이다.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도 마찬가지이다. 리더십 연구의 전문가인 폴 스톨츠는 성공하는 리더의 조건으로 위기관리와 대처능력을 중요하게 꼽았다. 1982년 7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타이레놀 독극물 주입사건 때 존슨앤드존슨의 제임스 버크 회장은 즉시 기자회견을 열어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공개했다. 그리고 후속 대책을 잇달아 내놓아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반전시켰다. 영국의 마거릿 대처 전 총리는 ‘파업꾼’ 탄광노조와 일전을 겨루기 전에 미리 충분한 양의 석탄을 비축해 석탄 부족으로 위기 상황이 닥치지 않도록 관리했다.
정부가 아마추어라는 소리를 듣는 것보다 수치스러운 일은 없다. 노무현 정부는 실제 모습이 어떠했든 5년 내내 아마추어라는 꼬리를 달고 다녔다. 지금 이명박 정부가 그런 소리를 들을 판이다. 뭔가 특단의 조치를 취해 초기에 이를 교정하지 않으면 이미지가 고착돼 나중에는 아무리 잘해도 쉽게 낙인(烙印)을 지우기 어려워진다. 청와대와 정부, 한나라당이 국정운영 시스템 전반에 대한 보완작업을 강구하겠다니 지켜볼 도리밖에 없다.
이진녕 논설위원 jinny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