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수송동 국세청 청사에서는 하루에 4번 모든 실내등이 자동으로 꺼진다. 사무실 내 근무자가 적은 오전 7시 반, 낮 12시, 오후 8시, 오후 11시에 전등을 끄는 것. 이 시간에 일하는 근무자는 각자 전등을 켜야 한다. 전력 소비를 줄이기 위한 조치다.
복도의 조명도 절반만 켠다. 국세청은 이 같은 방법으로 연간 1500만 원의 전기요금을 절약하고 있다.
대전 유성구는 지난해 2월부터 승용차 요일제를 시작했다. 매월 11일과 22일은 자전거를 이용하거나 걸어서 출퇴근하는 ‘두발로 데이’로 지정했다. 직원들이 한 달 평균 6일은 차량을 이용하지 않는 셈이다. 연간 4320만 원의 에너지 절약 효과가 있다는 것이 유성구의 계산.
올해 5월부터 서울 종로구 세종로의 정부중앙청사 주차장이 돈을 받고 있다.
7월부터는 전국 정부청사 주차장이 유료로 바뀐다. 공무원들이 버스 지하철 등의 대중교통을 이용해 석유 소비를 줄여보겠다는 것이다.
고(高)유가 시대는 공무원의 출퇴근과 근무 환경을 바꿔놓고 있다. 에너지를 덜 쓰기 위해 정부 기관들이 안간힘을 쓰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 등의 공공기관 홍보 전광판이나 옥외광고물도 오후 10시 이후에는 끈다. 6월부터 공공기관 청사는 오후 10시에 전원을 차단해야 한다.
정부 기관이 구매하는 신호등 등 조명기기도 고효율의 에너지 절약형 기기로 바뀌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거리의 신호등. 경찰청은 지난해 12월 현재 전국 44만2265개의 신호등 가운데 46.9%에 해당하는 20만8953개를 낮에도 잘 보이고 전력을 86% 정도 적게 쓰는 발광다이오드(LED) 신호등으로 교체했다.
서울 강남구, 경기 과천시 등 지자체를 중심으로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에너지 절약에 동참할 수 있는 ‘인센티브 시스템’도 도입되고 있다.
강남구는 4월부터 지역 주민들이 에너지와 온실가스를 줄이면 각종 문화시설 이용권 등의 혜택을 주는 ‘탄소 마일리지’ 제도를 도입했다.
구는 주민들이 인터넷으로 직접 전기, 도시가스, 상수도, 지역난방 등 에너지 사용량을 입력할 수 있는 ‘전자 장부’를 제공한다. 구와 에너지관리공단은 이 장부를 토대로 에너지와 온실가스 감축량을 계산하고 ‘탄소 마일리지’를 부여한다.
강남구 관계자는 “내년부터 적립된 ‘탄소 마일리지’에 따라 문화 체육시설 이용권, 대중교통 이용권, 각종 보조금을 줄 예정”이라며 “현재 참가자는 500명 정도이며 앞으로 1만 명까지 늘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용 기자 par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