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음란 방송’ 방통위가 잡아야

  • 입력 2008년 5월 12일 22시 53분


케이블 채널을 돌리다 보면 하루에도 몇 번씩 아이들이 볼까 두려운 장면을 접하게 된다. 낯 뜨거운 노출에 막말과 욕설로 어지럽다. 최근 방영을 시작한 한 케이블 채널 방송 프로그램은 노골적인 포르노 영상으로 가득 차 있다. 프로그램 제목을 구글 사이트에 입력하면 자극적 동영상이 그대로 나온다. 여성 알몸 위에 초밥을 얹어 집어먹는 ‘네이키드 스시’는 ‘15세 이상 시청 가능’ 프로그램이었다.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방영된 케이블 채널 성인물은 20여 편이다. 낮 시간은 물론 아침 시간대부터 안내 자막과 선정적 장면들을 모아 편집한 예고편을 수시로 내보낸다. 2월 말 방송위원회가 해체되면서 모니터가 중단되자 무법천지가 되다시피 했다. ‘19세 이상’ 등급 판정 프로그램을 청소년 시청 보호 시간대(평일 오후 1∼10시, 공휴일과 방학기간 오전 10시∼오후 10시)에 버젓이 송출한다.

지난달 대구 초등학교 집단 성폭력 사건에서 가해 학생들은 “케이블 방송 등에서 음란물을 본 뒤 모방했다”고 말했다. 어제 교육과학기술부 발표에 따르면 초중고교 성폭력 피해 급증 현상은 음란 영상물의 손쉬운 접근성과 관련이 깊다.

전체 가구 중 케이블 방송 보급률은 80%에 이른다. 출범 13년째인데도 양질의 콘텐츠를 자체 제작하려는 노력은 찾아보기 어렵다. 공중파 TV 프로그램과 수입물의 재탕 삼탕에 의존하면서 벌건 대낮 시간을 음란 프로그램으로 때우고 있다. 이번 주 출범하는 방송통신위원회 산하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단속에 나섰지만 얼마나 바꿀 수 있을지 모르겠다. 업계에서는 방송위 시절부터 ‘솜방망이 징계를 받을수록 시청률은 오른다’고 생각할 정도다.

2005년 미국 하원은 음란방송 벌금을 15배나 인상했고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주파수 면허까지 취소할 수 있다. 유럽을 비롯한 선진국들에서 하고 있는 브이칩(V-chip·음란 프로그램 차단을 위해 텔레비전 수신기 내부에 장착된 반도체 칩) 장착이나 19세 이상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페이 TV(Pay TV·시청 프로그램에 대해서만 돈을 내는 TV)’도 검토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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