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을 받을 만한 기업은 지속적으로 이윤을 창출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조직이어야 한다. 왜냐하면 기업의 이윤이야말로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지는 데 전제가 되기 때문이다.”
중국의 경제전문 주간지인 징지관차(經濟觀察)보는 올해 일곱 번째로 ‘중국에서 존경받는 기업’을 선정하면서 그 취지를 이같이 밝혔다.
‘법과 기업윤리를 전제로 지속적인 이윤 창출 능력을 갖추는 것이 기본적인 책임’이라는 전제를 달았지만 시장경제가 성숙한 여느 서방 국가 못지않게 기업을 존중하는 금언(金言)인 셈이다.
‘마르크스레닌주의’가 체제 이데올로기의 일부로 남아 있고, 이윤 활동 못지않게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할 것 같은 고정관념이 남아서인지 중국에 온 지 얼마 안 돼 이런 보도를 보고 적잖이 의아했다.
그러나 중국인들이 기업과 기업인을 어떻게 여기는지 아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중국의 공영방송인 중앙(CC)TV 채널 14개 중 CC 2번 채널은 경제전문 채널이다. 일반적인 경제뉴스 외에 중국의 대표적인 기업인들을 초청해 청소년들에게 창업 후일담이나 경영 철학 등을 들려주는 프로그램이 자주 나온다. 기업 창업 의욕을 높이는 것도 이 같은 프로그램의 중요한 목적이다.
과거 적자로 허덕이던 국영 및 공영 기업을 민영화해 새롭게 탈바꿈한 인물이나 맨손으로 창업해 세계적인 브랜드를 구축한 경영인 등 다양한 부류의 기업인이 출연한다.
‘보고 배울 만한 기업인’을 선별해서 출연시킨 점도 있겠지만 이런 프로그램을 보다 보면 젊은이들이 기업인들에 대해 깊은 존경심과 선망을 갖게 될 것이란 점이 분명하게 느껴진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인 L전자의 사장도 영어 전문인 CC 9번 채널에 최근 출연해 45분간 개인과 회사, 그리고 한국 얘기를 들려줬다.
한국에서는 어떤가. ‘기업인들이 존경을 받는다’는 말을 들어본 일이 오래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묻는 목소리는 높아도 이러저러한 이유로 존경받아야 한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한 것 같다. 물론 기업에도 져야 할 책임이 있고 스스로의 노력도 필요할 것이다.
그렇다면 중국 기업인이 기업가적 측면이나 도덕적인 면에서 한국 기업인보다 우월한가.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이름만 대면 아는 중국의 유명 주류회사와 먹는 샘물회사 최고위 경영자들이 탈세와 공금 횡령 등의 의혹을 받고 있다. 뇌물 등으로 쇠고랑을 차는 기업인도 적지 않다.
한국에도 오래 근무했던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의 대기자는 “중국 기업인들은 지난 30년간의 개혁개방 과정에서 이 사회에 가치를 창출한 사람이라고 인정되기 때문에 존경을 받는다”고 말했다. “기업인이 부패해도 공무원 부패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라고도 했다.
중국이 급속히 경제성장을 이룬 것은 넓은 시장과 외국 자본의 투자 등이 바탕이 됐다. 그러나 기업과 기업인을 대하는 사회적 분위기도 한몫을 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우리가 이런 중국을 어떻게 이길 수 있을까, 걱정도 된다. 이제는 우리 사회도 ‘존경받는 기업’을 찾거나 만들 때가 되지 않았을까.
구자룡 베이징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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