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강주명]에너지 수급, 큰 그림 그려야 할 때

  • 입력 2008년 5월 19일 03시 01분


올해 들어 중동산 두바이유는 우리 경제력의 수용 한계를 훨씬 초과한 배럴당 120달러를 넘어섰다. 석탄 및 액화천연가스(LNG)와 같은 다른 에너지원의 가격도 급격히 오르고 있다. 2007년 국내 주요 에너지원의 평균 도입가격은 석유 1배럴에 70달러, 석탄 1t에 60달러, LNG 1t에 500달러로, 수입액은 총수입액의 3분의 1 정도인 1000억 달러대를 넘어섰다.

올해 에너지원들의 도입 가격을 석유 1배럴에 120달러, 석탄 1t에 130달러, LNG 1t에 700달러로 예상한다면 에너지원의 수입액은 1500억 달러를 훨씬 상회할 것이다. 에너지원의 가격 상승은 수출 위주의 산업경쟁력을 위축시키고 무역수지도 크게 악화시킬 것이다. 무역수지의 악화는 외환보유액을 급격히 잠식해 제2의 외환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다.

선진국들은 이미 10년 전부터 고유가에 대한 완충 시스템을 국가적으로 마련해 왔다.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국내외 자원개발기업들을 통합·대형화해 세계 각지에서 석유, 천연가스 자원을 적극 개발해 자국 소비량의 50% 이상을 자립하고 있다. 일본도 천연가스 개발 및 LNG 설비에 상당한 지분을 투자해 최근의 신고유가 시대를 극복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석유 생산대국의 생산능력 감소, 자원의 국유화·무기화 등 세계적 흐름에 눈을 감고 저유가 시대의 수요자시장(Buyer Market)에 안주해 해외 자원 개발 확보의 기회를 놓쳐 왔다. 최근 에너지 확보경쟁에서도 제한된 자본과 열악한 기술력 때문에 신흥 개발국인 인도와 중국에 비해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최근 정부가 서민층 보호의 명목으로 단행한 공공요금 인상 억제와 유류세 인하조치는 국민이 피부로 느끼기도 전에 효과가 상실돼 에너지 위기에 대한 불감증만 확산시켰다. 결국 해외 자원 개발에 투자할 수 있는 1조 원 규모의 세수만 증발시킨 셈이다.

한전의 발전 평균단가는 kWh당 약 56원으로 일본 평균 발전단가의 절반 이하이며 국가 수출 경쟁력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한전이 2007년 기준 수입된 화석 에너지원의 40% 정도를 발전에 사용하고 있는 현실에서 에너지원 가격 상승분이 전력 판매가에 반영되지 않는다면 국민에게 전기가 값싼 에너지로 인식돼 낭비를 조장할 수 있는 에너지원 소비 구조의 왜곡 현상을 초래할 수 있다.

그러므로 에너지 정책은 국내 총괄적 에너지 수급체제와 세계적 상황의 큰 그림에서 충분히 검토한 후 입안돼야 지속가능할 것이다.

우리처럼 자원 빈국임에도 에너지 강국이 된 프랑스의 에너지 산업·수급 구조가 시사하는 바는 크다. 프랑스는 ‘토탈(Total)’ 석유개발회사를 국가 차원에서 지원하여 자국 소비량의 80%를 확보할 정도의 세계 4대 메이저회사로 육성했다.

또 화석에너지에 의한 발전을 획기적으로 축소하기 위해 발전량의 80%를 원자력으로 생산해 유럽 각국에 전력을 수출하고 있다. 원자력발전은 화석에너지의 의존도를 감소시키는 동시에 2013년에 실시될 온실가스 배출 규제를 위한 환경 부담금 제도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대안일 수 있다.

세계 5위의 화석에너지 수입국인 우리로서는 에너지 공기업의 대형화가 선행돼야 세계 에너지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또한 에너지 수급체계의 건강성을 위해서는 원자력 발전량을 늘릴 수 있는 여건을 국민적 합의하에 조속히 마련해야 할 때다.

강주명 서울대 교수 에너지시스템공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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