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기회를 놓치면 18대 국회에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몇 달이 더 걸릴지 예측하기 어렵다. 자꾸 늦어지다 보면 미국 대선이나 미 의회 일정을 감안할 때 한미 FTA 체결에 적극적 의지를 갖고 있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고 다음 정권으로 넘어가기 쉽다. 미국의 차기 정권에서는 재협상론이 대두되거나 한미 FTA가 통째로 물 건너갈 가능성마저 없지 않다.
어제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가 이명박 대통령과의 정례회동에서 “대통령이 야당 대표와 국회의장을 직접 만나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의하자 이 대통령은 “아주 좋은 생각”이라고 대답했다. 도대체 지금까지 뭘 하다가 회기를 며칠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그런 얘기를 하는지 답답하기 짝이 없다. 만나려면 진작 만났어야 하지만 그래도 그 회동에 실낱같은 기대를 걸어볼 수밖에 없다.
통합민주당도 ‘쇠고기 협상을 포함해 국정 전반을 논의한다’는 조건을 달긴 했지만 이 대통령의 회동 제의를 받아들였다. FTA 비준 동의안 처리의 시급성을 무작정 외면할 수 없었을 것이다. 손학규 대표가 결단을 내려주길 바란다. 정부도 미국과의 협의를 거쳐 오늘 검역주권의 명문화 방안을 발표한다고 하니, 정말 정략(政略)이 아니라면 FTA 본안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 대통령과 강 대표도 여야 영수회담을 성사시켰다고 일을 다한 것처럼 손을 놔서는 안 된다. 마지막까지 야당의 협조를 이끌어내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도 17대 국회가 남은 기간 한미 FTA에 전념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야 할 것이다. 정치 지도자들이 한미 FTA와 관련해 어떤 처신을 했는지 머잖아 국민의 냉엄한 심판을 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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