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국민에게 동시에 이익이 되는 정책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예컨대 교원평가제는 교사들이 스스로 자질을 높이고 학생들을 더 열심히 가르치도록 하는 데 필요하다. 교육 자율화는 학교 현장의 창의와 경쟁을 북돋운다. 이런 정책들은 좋은 인재 양성, 나라의 인적 경쟁력 강화, 과학기술 및 산업 발전, 국부(國富) 증진, 국민 삶의 질 제고와 선진화라는 선순환을 낳는다. 그럼에도 평등만 외치는 이념세력과 교육계 안주족(安住族), 그리고 이들과 연계된 일부 수요자그룹은 이런 정책에 한사코 반대한다.
국가 보호 아래 독과점적 지위를 누리는 공기업은 시장경쟁이 숙명인 민간기업보다 경영이 비효율적이고 방만하다. 나라마다, 경제발전 단계마다 공기업 존치가 필요한 분야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시장 활성화와 경제구조 고도화를 위한 대세는 공기업 민영화다. 이를 통해 국민경제 전체의 파이를 키울 수 있고 궁극적으로 고용과 분배도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이 시장원리요, 세계의 경험이다. 그런데도 노조를 비롯한 공기업 기득집단, 공기업을 ‘인생 이모작’의 온상으로 여기는 관료 등은 공기업 개혁을 갖가지 형태로 방해한다.
정권교체의 의미 살려야 하건만
기업을 비롯한 민간 각 부문을 옥죄는 행정규제의 사슬을 최대한 끊어내야 투자와 소비가 촉진되고 일자리가 늘어나며, 자연히 분배 개선효과가 생기고 경제의 국제경쟁력이 높아진다. 반대로 규제가 많을수록 담당할 공무원이 늘고 결국 정부가 비대해져 국민 세금 부담이 무거워지고 민간부문이 위축된다. 행정·입법·사법부는 시장질서 속에서 경쟁이 촉진되도록 적법의 기준만 제시하고, 위법 사례에 대해서는 시장 내의 피해자가 법적 구제를 받도록 해주면 많은 규제를 없앨 수 있다. 그럼에도 관(官)은 온갖 핑계를 동원해 규제권력을 강화하려 한다.
위에 예시한 교육자, 공기업 종사자, 공무원들과 직간접적으로 이익을 공유하는 국민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크게 보고 길게 보면 ‘경쟁과 효율, 큰 시장과 작은 정부’가 다수 국민의 이익에 부합한다. 노무현 정부의 경제 교육 등 주요 정책이 이 같은 원리에 역행한 탓에 국가 성장잠재력이 약화되고 우리 경제의 대내외 환경 변화에 대한 적응력이 떨어졌다. 이를 체험한 국민은 정권교체를 선택했다.
하지만 이 정부는 경제 살리기, 선진국 만들기를 위해 내달에 개원(開院)하는 18대 국회와 손발을 맞춰보기도 전에 반대세력의 집요한 공세에 고전하고 있다. 지난날 좌파정권의 보호를 받던 일부 신문 방송 인터넷매체 등은 보호막이 사라지고 경쟁질서가 재편돼 기득권을 잃을 듯하자 다른 분야의 반(反)이명박 세력과 함께 사사건건 정부 흔들기에 나서고 있다. 광우병 괴담의 생성과 확산 과정을 보더라도 이들 일부 매체가 언론으로서의 책임감을 지키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총체적인 국익을 증진시키기 위해서는 많은 국민이 국정 과제들에 대해 더 냉철하게 판단하고 이성적으로 여론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그에 앞서 좌파를 비롯한 반대세력에 공격의 빌미를 준 정부부터 자세를 가다듬어야 한다. 대선 후 불과 5개월 사이에 국민의 지지도가 반토막 난 데 대해 남 탓은 거두어야 한다. 오로지 자책점(自責點)만 찾아내 요인과 배경을 하나하나 철저하게 분석하고 실수와 실패를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 변명도, 전 정부 탓도 지지도 회복에 도움이 안 된다. 개인이건 정부건 구질구질하면 매력이 없다.
좌파 포퓰리즘 극복 능력 있나
작년 대선후보 토론 때 이 후보 진영은 “말할 시간이 넉넉해야 경험 많고 깊이 아는 MB한테 유리한데, 발언시간이 너무 짧아 우위 확보가 힘들다”고 푸념했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전 총리는 ‘30초 정치’로 5년 집권기간에 인기를 누렸다. 그는 언제나 촌철살인의 한마디로 언론의 눈귀를 잡고, 여론을 흔들며, 정적(政敵)과 반대자들을 제압했다.
지금 이 정부를 괴롭히는 언어들도 장문의 연설이 아니고 강부자 고소영 내각, 미국소 미친소, 국민건강권, 검역주권 같은 단어 몇 개다. 정부는 이런 언어압축 실력이라도 있는가. 이 정부는 좌파 포퓰리즘을 극복할 능력이 있는지 끊임없이 시험당할 것이다.
배인준 논설주간 inj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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