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긴 좋은데, 바둑TV가 없어서 아쉽던데….”
케이블TV를 끊고 인터넷TV(IPTV)로 옮겨 탄 한 가입자가 한 달 만에 다시 케이블TV로 ‘컴백’하면서 이런 촌평을 내놓았습니다. 다양한 프로그램에 이끌려 서비스를 바꿨지만 정작 보고 싶은 채널은 IPTV에 없더라는 얘기죠.
지역 케이블TV 방송(SO)과 위성방송(스카이라이프), 통신업체의 IPTV(하나TV, 메가TV) 등 집에서 신청해 볼 수 있는 유료 방송의 종류가 점차 늘어나고 있습니다. 지상파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위성DMB, 휴대전화 무선인터넷 방송 등 이동하며 볼 수 있는 방송도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이른바 ‘다(多)매체 다채널의 뉴미디어 시대’가 성큼 다가온 셈이죠. 하지만 이들이 방송 프로그램을 서로 내주지 않아, 자칫 ‘채널’은 많지만 ‘볼 것은 없는’ TV 세상이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을 해 봅니다.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은 온미디어계열, CJ그룹 등 케이블TV 사업자들이 프로그램제공(PP)도 함께 하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IPTV 등장으로 케이블TV 시장이 일부 잠식당할 수 있다고 보고 예의 주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자사(自社)가 보유한 프로그램들을 IPTV에 내놓지 않으려 합니다. 지상파 방송사 소속의 채널들(KBS드라마, MBC-ESPN 등)도 케이블TV의 눈치를 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에 정부는 최근 “IPTV에도 프로그램을 의무적으로 제공할 것”을 요구하며 이른바 ‘프로그램 동등접근규칙(PAR)’을 들고 나왔습니다. 케이블TV와 IPTV가 공평하게 프로그램을 공유하며 경쟁해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이 논리가 관철되면 ‘바둑TV’를 보기 위해 비싼 케이블TV 패키지 상품에 가입해야 하는 불편은 없어질 듯합니다.
하지만 케이블TV와 프로그램 제공 사업자들은 “사업자 간의 자율계약을 정부가 강제하는 것은 시장원리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23일 열리는 IPTV법 시행령 공청회에서는 이 문제가 가장 ‘뜨거운 감자’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하신지요.
nex@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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