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어리그 이야기]‘박지성의 맨유’ 챔스리그 우승 보인다

  • 입력 2008년 5월 20일 02시 57분


우승하기 위해선 여러 조건이 필요하다.

여러분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가장 빛난 활약을 펼쳤다고 생각하는가. 맞다. 그는 정말 대단하다. 축구 예술가이자 승리를 부르는 사나이다.

맨체스터는 프리미어리그에서 2연패했다. 그리고 22일 열리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도 우승할 수 있다. 팀 밸런스가 잘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맨체스터는 패기와 노련미가 조화돼 있다. 공격력과 수비 조직력에 미드필드의 정밀함까지 갖췄다.

맨체스터는 또 박지성을 보유하고 있다. 나는 여러분께 박지성이 어떤 선수인지, 그리고 그가 유럽에서 가장 권위 있는 대회의 결승에서 뛰게 될 첫 아시아인이라고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돼 기쁘다. 그러나 여러분께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왜 박지성을 매 경기 선발로 기용하는지에 대한 나의 의견을 전하고 싶다.

에너지와 추진력, 그리고 성실한 자세 이 3가지 때문이다. 박지성이 부상에서 회복한 뒤 팀에 복귀하면서부터 맨체스터는 승승장구했다.

이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지난 2개월간은 마라톤으로 따지면 마지막 스퍼트 구간이었다. 선수들이 벽에 막혀 힘이 달리는 시기다. 3월 말 이후 박지성은 11경기 중 10경기에 선발로 뛰었다. 어떨 땐 라이언 긱스나 폴 스콜스, 웨인 루니, 호날두를 제치고 베스트 11에 이름을 올렸다. AS 로마와의 챔피언스리그 8강전, FC 바르셀로나와의 4강전 때도 그랬다. 맨체스터는 10경기 중 단 한 번도 지지 않았다. 박지성이 엔트리에 없었던 첼시와의 경기 때 한 번 졌다.

이는 단순히 박지성이 많이 뛰기 때문만은 아니다. PSV 에인트호번 시절 거스 히딩크 감독은 박지성을 ‘3개의 폐를 가진 선수’라고 말했다.

박지성은 바르셀로나와의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에서 11.9km를 뛰었다. 마이클 캐릭은 11.6km, 카를로스 테베스는 10.9km를 달렸다.

박지성은 위험이 도사리는 곳에 항상 존재한다. 마치 소방수 같다. 불길이 예상되는 맥을 잘 잡는다. 그는 좌우 수비수를 항상 돕는다. 그의 쏜살같은 질주는 상대 수비라인을 위협한다.

사실 박지성은 골을 많이 넣지는 못한다. 그가 골까지 넣는다면 호날두와 동급이 될 것이다.

박지성과 호날두는 스타일이 다르다. 호날두는 키가 크고 미남에다 오만하게 느껴질 정도로 우아한 스타일리스트다. 박지성은 팀에 끊임없이 빠른 템포를 주입하는 에너자이저이다.

박지성은 2012년 나이키와 대형 계약이 끝나기 오래전에 지칠 수도 있다. 하지만 22일 첼시와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엔 확실히 선발 출장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퍼거슨 감독이 선수를 기용하는 패턴을 감안할 때 박지성을 빼놓기 어렵다. 박지성은 퍼거슨 감독이 22년간 만든 강한 맨체스터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여러분은 박지성의 ‘결코 포기하지 않는’ 정신을 자랑스러워해도 좋다. 여러분도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오∼필승 박지성”을 외치지 않았던가.

모스크바에서 ‘붉은 악마’가 우승할까. 확신하긴 힘들다. 첼시가 리그 우승컵을 맨체스터에 내줬지만 그곳엔 승리에 목마른 전사들이 있기 때문이다.

랍 휴스 잉글랜드 칼럼니스트 ROBHU800@a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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