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유럽도 허리케인-무더위로 사망자 속출
일부선 “강도가 높아졌을뿐 건수 늘진않아”
■ 지난해 950여건… 전세계 동시다발 발생
《미얀마를 덮쳐 10만 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것으로 추산되는 ‘킬러 사이클론’ 나르기스, 직접 피해자만 1000만 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 쓰촨(四川) 성 지진, 미국 미주리 주의 토네이도, 플로리다 주의 산불…. 올해도 전 세계에서 갖가지 재해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홍수는 빈도가 늘어나고 가뭄은 기간이 길어지고 폭풍은 강도가 세졌다. 세계 최대 재보험회사인 뮌헨레 그룹은 최근 발표한 2007년 보험금 지급 목록에서 지난해 발생한 자연재해가 950여 건으로 회사가 생긴 이래 최다라고 밝혔다. 올해 기록은 지난해 기록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 지진 홍수 가뭄 등 급격히 증가
이 회사에 따르면 지진 화산 지진해일(쓰나미) 등 지질적 원인에 의한 자연재해는 1950년대 한 해 평균 1건에서 2000년대에는 2건으로 늘었다. 홍수 폭풍 가뭄 등 기후 원인에 의한 자연재해는 1950년대 한 해 평균 2건에서 2000년대에는 7건으로 증가했다.
국제구호기관 옥스팜도 최근 이와 비슷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옥스팜은 기후 원인에 의한 자연재해가 약 20년 전인 1980년대 초 한 해 평균 120건에서 오늘날에 약 500건으로 늘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유엔 정부간 기후변화위원회(IPCC)에 속한 과학자들의 견해는 이와 다소간 차이가 있다. 일부 과학자는 열대성 폭풍의 경우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지만 다른 과학자들은 “강도가 높아졌을 뿐 수가 늘지는 않았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지진 등 지질 원인에 의한 재해의 경우 인간의 활동과 거의 무관하다는 것이 정설이다. 기후 원인에 의한 재해도 그 수가 크게 늘었다기보다는 인터넷이나 24시간 뉴스 채널 등 새로운 미디어를 통해 예전보다 피해가 극적으로 전달되기 때문에 ‘자연재해가 늘었다’는 착각을 일으킬 뿐이라는 비판적 견해도 나온다.
○ 아시아 국가들 가장 큰 피해
그러나 재해로 인한 희생자가 늘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논란의 여지가 없다.
옥스팜 보고서에서 자연재해 사망자를 포함한 피해자 규모는 1985∼1994년 10년간 약 1억7400만 명이었으나 1995∼2004년 10년 동안은 약 2억5400만 명으로 크게 늘었다.
피해가 가장 큰 곳은 아시아 지역이다. 프랑스 주간 ‘르피가로 마가진’ 최근호는 2001년 이후 아시아 지역에서 열대성 폭풍 등 800건의 자연재해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아시아 다음으로는 미국이 뒤를 이었다. 미국에서는 2001년 이후 222건의 자연재해가 발생했다. 미국 역시 허리케인이나 토네이도 등 변덕이 심한 자연현상의 피해를 많이 본다. 2005년 미국 뉴올리언스를 강타한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피해 규모는 충격적이었다. 1300명이 넘는 사망자는 아시아의 사이클론으로 인한 피해자에 비해서는 적은 편이지만 예전의 경우 허리케인 피해자는 100명을 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럽은 상대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곳으로 꼽힌다. 유럽에서는 2001년 이후 180건의 자연재해가 발생했다. 이나마도 대부분은 산불이다. 그러나 유럽도 1999년과 2007년에 심한 폭풍 피해를 보았다. 또 열파가 2003년 프랑스 이탈리아 포르투갈을, 2007년 그리스와 루마니아를 휩쓸어 무려 5만 명 이상이 사망했다.
○ 홍수는 상당 부분 인재
예전이나 지금이나 피해가 극심하면서도 뾰족한 대책이 없는 것이 지진이다.
1976년 중국 탕산(唐山) 지진과 2004년 동남아 일대를 덮친 쓰나미로 각각 25만5000명과 25만 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일부에서는 동남아 쓰나미 사망자를 28만5000명까지 늘려 잡기도 한다.
지진은 아직까지 발생시점을 예측할 방도가 없어 건물을 내진구조로 짓는 것 외에는 대책이 없다.
홍수나 폭풍도 큰 피해를 내지만 방글라데시의 경우 1970년 30만 명이 희생된 이후 홍수 대책에 힘을 써 피해 규모를 크게 줄일 수 있었다. 인공위성과 레이더 등 관측장비의 발전도 사전 예측 능력을 향상시켜 피해를 줄이는 데 기여했다. 최근 사망자 수가 10만 명이 넘은 미얀마의 사이클론 피해는 상당 부분 군사정부의 외교적 고립과 무능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파리=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