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2008 +10 & -10]<29>선진국에선

  • 입력 2008년 5월 22일 02시 55분


佛, 환경세 압박… 공용 자전거 인기

車 이산화탄소 배출량 따라 세금 차등 부과

중대형차 판매 줄고 자전거 출퇴근 늘어나

프랑스 파리에 살면서 프랑스 경제지 ‘레 제코’의 광고팀장으로 일하는 올리비에 토로(34) 씨는 최근 디젤 승용차를 주차장에 세워둔 채 집 앞에서 공용 자전거를 집어타고 출퇴근하기 시작했다. 지난해부터 파리 시내에는 300m 간격으로 설치된 1000여 곳의 무인 자전거대여소에 약 2만 대의 자전거가 놓여 있다.

토로 씨가 남다른 환경주의자여서 자전거를 타는 것은 아니다. 자동차 연료로 사용하는 경유의 가격이 크게 올라서다. 경유 값이 L당 1.40유로(약 2300원)를 넘었다고 떠들썩했던 일이 엊그제 같은데 이달 들어서는 1.50유로(약 2500원)를 넘어섰다.

▽반납 자유로운 공용 자전거 인기=물론 지하철이나 버스 등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공용 자전거가 훨씬 싸고 편리하다. 파리 시내에서 지하철과 버스를 동시에 탈 수 있는 한 달짜리 표를 끊으면 53.50유로(약 8만7000원)가 든다. 그러나 공용 자전거를 이용하면 한 달이 아니라 한 해에 29유로(약 4만7000원)가 들 뿐이다.

▽경유 값, 휘발유 가격 추월=이런 프랑스도 올해에는 서서히 유가 상승의 압력을 받기 시작했다. 휘발유를 수출하는 프랑스도 경유는 러시아에서 매년 3000만 t 이상 수입한다. 그런데 최근 경유 값이 휘발유 값을 앞지르기 시작했다. 국제시장에서는 이미 경유 값이 휘발유 값보다 L당 15∼20센트(약 240∼330원) 정도 비싸다.

프랑스 정부는 석유세를 내릴 수 없다는 자세다. 기름값 상승으로 늘어나는 석유세를 차세대 재생에너지 개발에 투자해 석유시대 이후에 대비한다는 국가 전략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환경세 도입으로 중형차 판매 급감=뱅상 마르탱 씨는 1월 2일 폴크스바겐 파사트 컴퍼트라인 2000cc 경유차를 구입했다가 750유로(약 122만 원)의 환경세를 내라는 통보를 받고는 며칠만 일찍 서둘러 지난해에 차를 사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환경세가 올해부터 적용된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던 것이다.

환경세는 새로 구입한 자동차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따라 지금까지 내던 자동차세를 늘어나게도 하고 줄어들게도 한다. 1km 주행 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200g이면 자동차세에 750유로를 더 부과하고 130g이면 자동차세를 700유로 깎아주는 식이다. 160g을 기준으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그보다 높으면 세금이 늘고 그보다 적으면 준다.

환경세의 도입으로 중대형 승용차의 판매량은 크게 떨어지고 소형 승용차의 판매량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지 않아도 기름값 상승으로 소비자들이 소형차를 선호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데 소형차의 세금 일부를 큰 차가 대신 내주는 혜택까지 누리게 되자 그 효과가 바로 나타난 것이다. 프랑스자동차공업협회(CCFA)의 최근 조사에서는 올해 들어 소형 승용차는 약 10% 늘고 중대형 승용차가 약 10%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4륜 구동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은 무려 30% 넘게 감소했다.

파리=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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