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변화 못따르는 이론중심 교육
이 성적표가 10년 뒤 우리나라의 전체 성적표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솔직히 말하면 평가 방법에서 문제가 있었다고, 또 한국의 실정을 모르고 내린 결론이라고 반론을 제기하고 싶다. 그러나 좀 더 우리 문제를 들여다보면 외부평가 결과가 전혀 틀린 것이 아니다. 오히려 지금까지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으면서도 인정하기를 꺼려왔던 한국 교육 현실의 치부를 낯선 외국인들이 대신 지적해 준 것으로 볼 수 있다.
대학교육의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대학입시를 위한 교육이 전부이고 입시 관문만 통과하면 그 이후의 교육은 대부분 사람의 관심에서 사라진다. 반면에 국가경쟁력의 원동력은 고등교육, 특히 대학교육의 질에 달려 있다. 대학의 학부교육에서 배운 내용이 세계적 연구의 밑거름이 되고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근간이 된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대학의 고객인 학생들은 비전 상실과 자신감 저하로 방황하고 있고 산업 구조의 변화에 대한 적응력을 제대로 키우지 못하고 있다. 인재들의 수요처인 기업에서는 대학교육이 현장활용력이 떨어지는 이론 중심의 지식만 가르친다고 불만이다.
그런데도 학부교육은 대학 본연의 목표가 아니라 대학을 유지하기 위한 볼모로 취급되고 있다. 상위권 대학은 학부교육을 연구중심대학으로 가기 위한 부속품 정도로 취급하고, 중하위권 대학에서는 특성화를 통한 차별화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채 어정쩡한 학부교육을 계속하고 있다.
학생들의 자아를 실현하고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교육이란 어떤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사람에 따라 다양할 것이다. 나는 ‘종합적이고 창조적인 문제해결 능력을 갖춘 인재의 양성’이라고 본다. 이에 따라 현재의 대학교육 방식을 평가하자면 일방적 강의와 필기시험에 의해 지식의 많고 적음만을 평가해 새로운 사회적 변화를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 두뇌 활동이 가장 왕성한 20대에 주입식으로 학점만 생각하면서 공부하고, 누구를 이기기 위해 공부하며, 또 고등학교 교육의 연장선에서 암기나 지식 습득에 허둥대면서 대학 4년을 보낸다면 사회가 기대하는 인재로 성장하지 못하는 게 당연하다.
수업방식 바꿔 창조적 인재 길러야
종합적이고 창조적인 문제 해결 능력을 길러 주는 학부교육의 모형은 이른바 ‘프사이식’ 교육 모형이 적절할 것으로 생각한다. 이는 커리큘럼 개편에 대한 방향을 제시했던 기존의 것들과는 달리 학생들의 창조적 사고능력을 모든 교육의 공통된 기본 목표로 삼아 그 기반에서 심화 전공지식 전수와 소양교육, 나아가 리더십과 같은 사회적으로 새롭게 요구되는 능력까지 쌓아가는 것이다.
특히 창조적 사고능력은 타고나는 게 아니라 체계적 교육으로 얼마든지 기를 수 있다. 이를 인식하고 강의 방식의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수업 방식에서는 교수가 문제를 던지고 학생들이 스스로 해결책을 찾게 한 다음, 정립된 이론과 비교해 차이를 발견하게 하는 토론식 수업도 하나의 기법이 될 수 있다.
연구야 대학교수들이 취향대로 하면 되지만 교육은 나름대로 최선의 방법(Best Practice)이 많이 알려져 있으므로 다양한 방법을 배우고 공유할 필요가 있다. 대학의 교육경쟁력이 대학의 세계화를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서승우 서울대 교수 전기컴퓨터공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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