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생계형 ‘경유값 고통’ 덜어줘야

  • 입력 2008년 5월 25일 22시 50분


화물차 운전사나 이동 영업을 하는 소형트럭 자영업자들이 경유값 폭등으로 인한 생계 위협과 고통을 겪고 있다. 기름 도둑이 극성을 부려 차에서 밤을 새우는가 하면 기름 절약을 위해 휴식 없는 야간 운전을 강행하다 대형사고 위험까지 높아지는 실정이다. 수출입 항구 주변에는 운전을 하면 할수록 손해가 난다며 차를 공터에 세워놓고 운행을 중단한 트럭이 즐비하다.

경유값이 L당 2000원을 넘어섰다. 물가가 두 배 남짓 오른 최근 18년 동안 휘발유 소비자 가격은 5배가 오른 데 비해 경유는 10배나 뛰었다. 우리나라는 산업용으로 주로 쓰이는 경유에 낮은 세율의 세금을 매겼다. 그럼에도 중국 인도 같은 신흥공업국의 경유 수요가 급증해 경유값이 휘발유값을 추월하는 현상이 빚어진 것이다. 예고 없이 닥친 단기 급등이어서 트럭 운전사들이 적응할 방법을 스스로 찾아내기도 어렵다.

화물연대는 정부에 표준요율제 시행과 세금 인하 등을 요구하며 “적절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운행 중단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어업용 선박과 농기계용으로 면세 휘발유를 공급하듯이 물류 수송에 이바지하는 화물차나 생계형 영업을 하는 1t 트럭이 사용하는 경유의 세금을 낮추어달라는 요구다. 국제시장에서 원유값 인상에 따른 소비자 가격 인상을 세금으로 조정하는 것은 한계가 있겠지만 정부가 조금이라도 생계형 ‘경유값 고통’을 덜어주는 노력을 할 필요는 있다.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운데 물류대란까지 벌어지는 일은 막아야 한다.

생계형 트럭 운전사들은 복잡한 도심에서 운행 시간이 길다 보니 교통 관련 벌점이 높아 면허정지를 받는 경우가 일반 운전자들보다는 훨씬 많다. 교통법규는 엄격하게 적용돼야 하겠지만 어려운 때일수록 교통습관을 바꿔주는 교육을 통해 면허정지 기간을 더 줄여주는 대책도 필요하다고 본다.

정부는 휘발유 대 경유 가격을 100 대 85로 유지하겠다고 거듭 약속한 바 있다. 이 정도만 되더라도 생계형 경유 소비자들의 형편이 한결 나아질 것이다. 경유값 상승분만큼 화물트럭의 운송비를 현실화함으로써 화주와 화물트럭 운전사가 고통을 나누어 지는 방안도 검토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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